"서울 이랜드를 한국 축구의 반석이 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프로 사령탑으로 새 도전에 나선 정정용 서울 이랜드 감독이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정 감독은 지난 6월 폴란드에서 막을 내린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 지도력을 인정받은 정 감독은 국내외 구단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그의 결정은 대표팀 '잔류'였다. 정 감독은 지난달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예선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정 감독은 전격적으로 프로행을 결정했다.
정 감독은 5일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U-20 월드컵이 끝난 뒤 오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한국 축구의 뿌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뒤에는 다른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수칠 때 떠나는 타이밍을 고민했다. 고리를 만들어 준 뒤에 이동하는 것이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으로 봤다. 순리로 따졌을 때 지금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인고의 시간 필요" 쉽지 않은 길 예고
대표팀 전임 지도자에서 프로 사령탑으로 새 도전에 나선 정 감독. 그의 새 둥지는 '친정팀' 서울 이랜드다. 정 감독은 이랜드가 푸마 이랜드 시절이던 지난 1992년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7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3년 간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 상황은 좋지 않다. 이랜드는 2년 연속 K리그2(2부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 2015년 창단 뒤 매년 감독이 바뀌었다. 그라운드 안팎으로 기틀을 잡아야 하는 셈이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정 감독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이 팀에 온다는 생각은 안했다. 선수단 스쿼드도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이랜드의 손을 잡은 이유는 명확하다. 간절함 때문이다. 정 감독은 "내 프로 도전의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봐야하는가.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간절함이 맞는 팀이 이랜드였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단은 정 감독을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했다. 장동우 대표이사는 "정 감독을 모시기 위해 매주 찾아다녔다. 새롭게 하려는 자세를 보여주려 했다. 내가 책임지고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목포도 가고 포항,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대구 집까지 갔다. 그 결과 함께 하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제대로 만들어 갈 것이다. 육성도 해야하지만 성적도 내야한다. 성공적인 감독님을 모시게 돼 좋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창단팀 경험+육성 전문가, '전공' 살린 계획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정 감독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선수단 육성과 구단의 성적을 약속했다. 그는 14세 이하(U-14) 팀부터 연령별 대표팀을 지도하는 등 한국 축구의 미래를 키워온 지도자다. 2014년에는 대구FC의 수석코치를 지내며 구단의 18세 이하(U-18) 팀인 현풍고 감독을 맡는 등 육성 전문가로 경험을 쌓았다.
정 감독은 "투 트랙(two track)으로 선수단을 육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유스 시스템의 틀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20세, 21세, 22세 좋은 선수들이 있음에도 K리그2에서 뛰고 있다. K리그1(1부 리그)에서 뛸 수 있는 스쿼드는 아니다. 유스 선수들을 발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U-20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창수 코치, 임재훈 전력분석원과 호흡을 맞춘다. 그는 "대학 때 창단 멤버로 1년, 그리고 이랜드 창단, 이렇게 두 번을 창단 멤버로 해봤다. 대표님보다 경험이 많다. 재창단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 내가 왔다고 팀이 확바뀌진 않을 것이다. 인고의 시간을 1년 정도 가지고 팬들에게 지켜봐달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팀 왔다고 '플레이오프(PO) 가보겠습니다' 하는 것은 기존 감독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밑바닥부터 한 걸음씩 올려보려고 한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게 맞다. 제가 선수들과 신뢰를 갖고 잘 만들어 갈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구단의 지원이 있다면 좋은 결과 나올 것이다. (FC서울과의) '서울더비'를 한 번 해보는 것이 바람"이라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