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고향 골키퍼 후배들을 위해 해온 일입니다. 늘 기다려주는 아이들이 고맙죠."
지난 3일 울산에서 선수들과 시즌 마지막 미팅을 가진 직후, 울산 현대 김범수 골키퍼 코치가 향한 곳은 고향 전주였다. 김 코치는 전북축구협회가 2015년 이후 매년 도내 초중고 선수 대상으로 기획한 '골키퍼(GK) 클리닉'에 강사로 재능기부를 해왔다. 전주 해성중-이리고 출신의 김 코치는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대표팀에서 골키퍼 코치로 헌신했고, 2017년 이후 김도훈 감독과 함께 울산 현대에서 일해왔다.
이날 클리닉엔 김 코치를 비롯, 정부선 전주 영생고 코치, 이정형 금산중 코치, 송찬영 신태인중 코치, 김승범 이리동중 코치, 장진호 군산제일고 코치, 김재남 호원대 코치, 박상우 산청FC U-18 코치, 조대영 전주시민축구단 코치, 김찬란 전주시민축구단 U-12코치 등이 뜻을 함께했다.
도내 골키퍼 지도자들이 의기투합해 4~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진행된 이날 GK 클리닉에는 도내 초중고 학생 골키퍼 57명이 모여들었다. 17세 이하 대표팀 골키퍼 김준홍(영생고)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U-12(18명), U-15(27명), U-18(12명) 선수들로 나뉘어 기본 자세부터 볼 캐칭, 세이빙, 1대1 상황 대처 등에 대해 연령별, 수준별 맞춤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김 코치는 "김대은 전북축구협회장님의 요청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5년째가 됐다"며 미소 지었다. "울산에 코치로 가기 전, 여자대표팀 지도자 때부터 고향 후배들을 위해 꾸준히 해온 일이다. 매년 시즌이 끝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이곳"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전북 지역 골키퍼가 제일 약하다. 전북 유스(금산중-영생고)를 빼고는 대다수 초중고 팀들에 골키퍼 전담 코치가 따로 없다. 열악한 환경속에 체계적인 훈련을 따로 받기 어렵다"고 현실을 짚었다.
"올해 우리 울산이 우승을 놓치는 바람에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매년 해온 재능기부를 거를 수는 없었다. 골키퍼 전담 지도자가 많지 않아 아이들이 배움에 목말라 있다. 프로 유스 외에 전문 지도자는 익산 1명, 군산 1명, 정읍 1명 정도다. 매년 연말이면 기다리는 어린 선수들이 있다. 아이들이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프로 선배로서 재능을 기꺼이 나누는 김 코치에게나, 새로운 기술을 하나라도 더 배우려 눈빛이 총총한 아이들에게나 1년에 단 한 번 오는 귀한 시간이다.
김 코치의 꿈은 골키퍼 클리닉에서 만난 이 고향 후배들 중 미래의 한국축구 국가대표가 나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어제, 오늘 이틀간 훈련하면서 재능 넘치는 초등, 중등 골키퍼 한두 명이 눈에 띄더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전북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와 논의해 거점 트레이닝센터 등을 통해 골키퍼 꿈나무들을 보다 잘 키우고 지원하고 관리하는 방법들을 찾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울산 선수단은 지난 3일 '사랑의 쌀 나눔' 봉사로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마무리했다. 울산 골키퍼 코치는 5년째 지속해온 골키퍼 클리닉으로 한해를 마무리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따뜻한 프로다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