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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②조우진 "고생 많았던 아내에게 청룡 트로피 선물..가장 하고 싶었던 일"(청룡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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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상을 받는다는 건 분명히 기쁜 일이죠. 그런데 더 기쁜 일은 나를 바라보고 사는 두 여자가 좋아하는 게 더 기쁜 것 같아요. 하하."

충무로 최고의 '캐릭터 장인' 배우 조우진(40)에게 최고의 순간, 최고의 영광, 그 종착지는 결국 가족이었다. 수상의 행복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기쁨이었다.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단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배팅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과 회사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국가부도의 날'(18, 최국희 감독)에서 국가 위기를 이용해 새 판을 짜려는 야망의 재정국 차관을 연기한 조우진은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2019년의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더욱 가열차게 달렸던 조우진의 2019년. 그는 청룡의 무대에서 인생 첫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20년간 쌓아온 노력과 열정, 피 땀 눈물을 보답받았다. 그래서일까. 조우진은 꿈꿨던 청룡의 무대에서 "이 트로피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이 세상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있을 집에 있는 두 여자에게 이 상을 바치겠다"고 울먹였다. 힘들었던 시간 자신과 함께 가시밭길을 걷고 버텨준 아내에게 꾹꾹 눌러 담아 전한 진심이었다. 함께 자리한 선·후배는 물론 화면을 통해 지켜본 시청자들 역시 조우진의 소감에 많은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조우진은 충무로에서 손꼽히는 명배우이기도 하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소문난 사랑꾼으로도 유명하다. 아내와 11년간 연애 끝에 지난해 10월 뒤늦은 결혼식을 올린 조우진. 4살배기 귀여운 딸까지 얻으며 가장으로 열심히 살아온 그에게 올해 청룡 수상은 더욱 의미 있는 순간으로 찾아왔다. "아내와 딸이 내겐 정말 복덩이다. 물론 가정을 꾸린 만큼 무게감도 느끼고 부담도 있지만 행복한 마음이 더 크다. 실제로 나는 우리 집의 두 여자 때문에 산다"며 애정을 전한 조우진이다.

실제로 조우진은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끝나고 가장 먼저 아내에게 달려가 수상 트로피를 안겼다. 무릎을 꿇고 아내에게 트로피를 건넨 조우진은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배우이자 남편이었다.

조우진은 "민망하지만 가장 먼저 아내에게 트로피를 안기고 싶었다. 상 받는 일은 분명 기쁜 일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기쁜 일은 나의 두 여자가 상을 받는 나를 보며 좋아하는 게 더 기쁜 일이다.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게 동료들과 뒤풀이를 하는 것도 있지만 나와 동고동락하고 고생 많이 했던 서열 2위 아내에게 트로피를 안겨주는 것이었다. 서열 1위인 공주님보다 서열 2위에게 트로피를 꼭 안겨주고 싶었다"며 "예전 아내가 여행을 갔다가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진 트로피 모형을 사 와 내게 선물해줬다. 아내가 '열심히 잘해보자'며 '내가 주는 트로피'라면서 건네줬다. 너무 고맙기도 했고 낯간지러워서 '뭘 이런 걸 다 사 왔느냐'고 부끄러워했는데 막상 청룡영화상을 받으니 그날이 정말 많이 생각났다. 진짜 트로피를 꼭 선물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됐고 아내 역시 너무 기뻐해서 나 역시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내부자들'(15, 우민호 감독) 이후 올해까지 4년간 무려 15편의 상업영화와 5편의 굵직한 드라마를 소화하며 쉼 없이 달려온 조우진. 다작임에도 지치지 않는 이유는 이렇듯 가족에 대한 사랑과 꺼지지 않는 연기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조우진은 "'내부자들' 이후 다양한 작품을 이어갔다. 한 번은 2편의 영화와 1편의 드라마를 같이 촬영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하루만 쉬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후에는 특별히 쉬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것 같다. 몸살로 아픈 적 외에는 쉬지 않고 달렸던 것 같다. 확실히 지금은 예전보다 여유가 생기고 숨을 조금 돌릴 수 있게 됐다. 몇몇 선배들은 나를 보며 '적당히 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모든 게 나에겐 감사한 일이다. 과거 무명 시절 한 작품이라도, 대사 하나라도 고팠을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를 생각하면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결핍이란 게 온종일 가득 차 있었다. 그때 고개 숙이고 고뇌하고 있던 나를 봤을 때 지금의 나는 정말 행복하다"고 곱씹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