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아쉬움 가득한 작별이다. 힘겹게 연패 탈출에 성공하고 다시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 인천 전자랜드가 최정상급 테크니션으로 팀에 기여하던 단신 외국인 선수 섀넌 쇼터를 교체했다.
전자랜드 구단은 5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선수 기타사유로 트로이 길렌워터(31·1m97)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길렌워터는 2014~2015시즌 고양 오리온, 2015~2016시즌 창원 LG에서 KBL 무대를 경험했다. 두 시즌 평균 22.9득점에 7.5리바운드를 기록했고, 특히 2015~2016시즌에는 득점 1위(26.2점)를 기록하는 등 공격에 강점이 있는 장신 선수다. 최근에는 중국리그(NBL)에서 활약했다. 전자랜드는 "길렌워터는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로 최근 침체된 팀 분위기와 득점력 및 높이 해소를 위해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팀 전력 강화를 위한 외국인 선수 교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쇼터라는 점이 무척 아이러니컬하다. 마침 교체 발표가 나기 전날인 지난 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기 때문.
이날 쇼터는 말 그대로 팀을 '하드캐리'하며 승리로 이끌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인 센터 머피 할로웨이가 1쿼터 6분만에 3반칙에 빠지며 운신의 폭이 제한된 이후 전자랜드는 쇼터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결국 쇼터는 25분 동안 29득점(3점슛 3개), 7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팀의 95대89 승리의 일등 공신역할을 해냈다. 경기를 마친 후 쇼터는 MVP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팀 동료들의 활약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며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인터뷰 후 약 14시간 만에 쇼터는 전자랜드를 떠나게 됐다. 비정한 결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자랜드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쇼터의 뛰어난 기량과 성실함, 좋은 인성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어쩔 수 없이 교체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이별을 아쉬워하면서도 더 이상 팀이 추락하는 걸 막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은 지난 달 말 토종 장신 이대헌의 손가락 골절상에서 비롯됐다. 이대헌이 수술을 받아 복귀까지 6~8주 진단이 나오면서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원래 할로웨이 외에 강상재와 이대헌으로 든든하게 골밑을 받친 뒤 쇼터 김낙현 차바위 등의 득점력을 활용하던 게 전자랜드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이대헌이 이탈하며, 강상재에게 과부하가 걸렸다. 전체적인 높이도 낮아지고, 쇼터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형태의 농구가 나오며 팀이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강점을 잃었다.
결국 전자랜드는 결단을 내렸다. 높이를 살려줌으로써 강상재의 부담을 덜어주고 팀의 공격 옵션을 다양화하기 위해 쇼터 대신 길렌워터 카드를 뽑을 수 밖에 없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쇼터에 대해서는 팀원 모두 아쉬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팀 전체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길렌워터가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길렌워터는 빠르면 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 SK와의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 농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길렌워터는 이미 2주 전부터 국내에 들어와 개인 훈련을 하며 구직활동을 진행해왔다. 때문에 비자 문제만 해결되면 금세 코트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