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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 복귀하는 LG 정근우, 38세에 경쟁 이길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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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2루 됩니다."

검정과 빨강이 어우러진 유광 점퍼가 꽤나 잘 어울렸다. LG 트윈스 가족이 된 정근우(37)는 "감독님이 '2루 되나?' 하셨는데, 바로 '됩니다'고 했다"며 "숨죽이고 있었다고 할까. 다시 솟아오르는 느낌으로 열정을 태울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근우는 26일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쾌활한 성격의 그 모습은 세 번째 팀 LG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정근우는 지난 20일 2차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3순위로 LG의 지명을 받고 새 팀을 찾았다.

내년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바라보고 있는 LG의 약점은 타선에서 거포 부재와 불안정한 내야 수비다. LG는 정근우가 합류한 내야진이 좀더 활기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명석 단장은 "정근우 선수는 감독님이 원하셨고, 좋은 에너지가 발휘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LG가 정근우를 영입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2루수 경쟁 환경 조성이 첫째, 집중력 있는 오른손 타자 확보가 둘째다. FA 오지환이 잔류한다는 전제로 LG는 1루수 외국인 선수, 유격수 오지환, 3루수 김민성으로 내야진을 꾸릴 계획이다. 2루수는 올해 주전으로 뛴 정주현과 정근우의 경쟁 결과로 주인이 정해지는 그림이다.

류중일 감독은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구단에 정근우가 나오면 무조건 뽑아 달라고 요청을 해둔 터였다. 이에 따라 LG는 2라운드에서 정근우를 선택했다. 감독이 직접 지명했다는 건 주전 2루수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장된 것은 없다. 내년이면 38세가 되는 정근우가 선수 생활 막바지 가장 버거운 경쟁을 뚫어야 한다.

정근우는 올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단 한 번도 2루수로 출전한 적이 없다. 1루수와 중견수로 주로 출전해 타율 2할7푼8리, 3홈런, 30타점, 37득점, 6실책을 기록했다. 그가 2루수로 출전한 것은 2018년 5월 31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이 마지막이다. 2년 만에 다시 2루수 맡게 된 것이다.

정근우는 "명예 회복이랄까. 해보고 싶다. 감독님이 '세컨드 되재?'라고 해서 '네 됩니다'고 했다. 그만큼 책임감이 있고, 잘 준비해서 잘 메울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며 "감독님이 2루를 말씀하실 때 마음 한구석에 아픈 게 있었는데 다시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게 벅차 오른다. 올해 한화에서도 가끔 유격수와 3루, 1루 펑고를 본 경험이 있다. 그걸 잘 이용해서 풋워크, 민첩성, 순발력 등 몸을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주현은 올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1리, 2홈런, 27타점, 53득점, 15도루를 기록했다. 실책은 10개팀 주전 2루수 가운데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15개) 다음으로 많은 13개를 범했다. LG가 기대하는 공수 수준에서 조금은 못 미쳤던 게 사실. 정근우를 데려온 건 경쟁 시스템 속에 시너지 효과를 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정근우의 2루 수비는 사실 걱정할 것이 없다. 다만 실전에서 움직일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게 과제다. 이는 스프링캠프서 본격화된다. 정근우는 "올해 햄스트링 부상이 좀 있었는데 준비 부족이었다. 훈련 스케줄을 빨리 잡아서 유연성과 여러가지 준비를 해서 부상 없이 잘 하고 싶다"고 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