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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꿈의 직장 디즈니"…'겨울왕국2' 중심에 있는 韓애니메이터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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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만화 보는 것을 사랑하던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어린이가 자라 전 세계 관객들을 감동시킨 최고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를 만들었다. 이현민 슈퍼바이져, 그녀의 삶이 바로 애니메이션이었다.

숨겨진 과거의 비밀과 새로운 운명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엘사와 안나의 이야기를 그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 극중 안나의 캐릭터를 총괄한 애니메이터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국내 취재진들과 만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겨울왕국2'의 슈퍼바이저로 비주얼 개발 작업과 CG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2007년 재능 계발 프로그램에 합격하면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공주와 개구리'(2009), '곰돌이 푸'(2011), '주먹왕 랄프'(2012), '빅 히어로'(2014), '주토피아'(2016), '모아나'(2016), 2013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페이퍼맨'(2012)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다.

'겨울왕국' 1편과 2편에서는 엘사와 함께 영화의 중심축인 안나 캐릭터를 총괄 담당했다. 안나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아렌델 왕국의 영원한 긍정주의나. 늘 당차고 씩씩한 모습을 뽐내는 안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언니 엘사가 과거의 비밀을 찾아 떠나겠다고 하자 안정된 일상을 잃게 될까 불안해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언제나 엘사와 함께 할 것을 약속하며 아렌델 왕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모험에 나서게 된다.이날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애니매이션계의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디즈니의 입사하게 된 계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엄청나게 좋아했다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엄청 좋아했다. 그런데 주변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땐 인터넷도 발전하지 않아 찾아볼 수도 없었고 애니메이터라는 직업도 잘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든 애니메이션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만화가가 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막연한 꿈만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이과였다. 미술 전공을 하려고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대학교도 천문학과를 다녔다. 천문학과를 다니면서고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이었다. 정말 감사한 건 어머니가 제가 너무 만화를 좋아한다는 걸 이해해주고 서포트를 해주셨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한국보다 접하기 쉬운 미국을 생각하셨고, 미국 학교를 지원하게 도와주셨다. 그래서 한 한기를 한국에서 다니다가 미국에서 미술 정공 학교를 다니게 됐다"며 "미국에서 다닌 대학교에서도 애니메이션과는 없었지만 미술을 전공을 하면서 교수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칼 아츠를 대학원으로 가서 그곳에서 애니메이션을 받았다. 졸업할 때쯤 디즈니에서 인터십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디즈니 스튜디오라는 꿈의 직장 및 근무 분위기에 대해 질문하자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직장 아닌가. 저를 포함한 스튜디오의 모든 분들이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 만화만 보고, 디즈니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분들이 많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디즈니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도 있다. 물론 그만큼 이뤄야 한다는 목표가 높다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다들 굉장히 애정을 가지고 있다. 지금 잠깐 재미있는 것보다 몇 십 년을 봐도 재미있는 작품, 한결같은 작품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작업한다. 몇 세대에 걸쳐 좋아해주시는 작품이 나온다는 건 자부심이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디즈니라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이현민 슈퍼바이저. 그렇기 에 '겨울왕국2' 말미 엘시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는 'Show Yourself'를 부르는 스퀀스에서는 눈물을 펑펑 쏟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Show Yourself' 스퀀스를 두고 감독님들도 굉장히 고심을 하셨다. 안나와 엘사에게 어머니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는 시퀀스 아닌가. 그 시퀀스가 완성되고 스튜디오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보면서 정말 전부 울었다. 정말 눈물바다 였다"고 입을 뗐다.이어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하다가 우리 어머니가 절 얼마나 지원을 해주셨는지에 대해 말하게 됐다. 엄마가 미국에서 제가 애니메이션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는데 제 미국행 준비를 도와주시던 때 위암 판정을 받으셨다. 엄마가 아프셔서 전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꼭 미국에 가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해야 하다고 밀어주셨다. 안타깝게 엄마는 제가 디즈니에 다니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엘사가 자기가 해야 하는지 각성하게 되는 순간이 있지 않나. 그런 모습이 더 뜻깊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디즈니의 작업 과정과 '슈퍼바이저'라는 직함에 대해 묻자 그는 "디즈니의 모든 작업은 여러 명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안나라는 캐릭터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에도 캐릭터 디자인, 의상 디자인, 보이스 담당이 모두 따로 있다. 목소리 연기하는 건 배우분이 연기하시는 것이지만 우리는 캐릭터의 표정, 손짓, 몸짓, 액팅, 동작 그런 것들을 좀더 심층적으로 연구해서 셋업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바이저는 캐릭터의 전반을 총괄하는 것"이라며 "'겨울왕국'에는 각자 엘사 담당, 스벤 담당, 올라프 담당, 크리스터포 담당 등 여섯 명의 슈퍼바이저가 있다. 애니메이터가 80-90명 정도 되는데, 이 모든 사람들이 한 손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레서 슈퍼바이져는 통일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터들이 작업물을 가져오면 안나가 해야 할 액팅이나 해야하지 않을 액팅을 나누거나 조언을 드리기도 한다. 캐릭터를 애니메이터들이 잘 표현할 수 있게 위로 아래로 서포트하는 게 슈퍼바이저의 역할이다"라고 전했다.페미니즘 등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공주의 표현 등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디즈니는 어떨까.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물론 사회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디즈니에서 가장 집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몇십년이 지나도 모든 사람들이 지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몇 십 년이 지나도 통할 수 있는 덕목에 집중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시대에 따라서 집중하는 면들이 조금씩은 바뀌고 있는 건 맞지만, 어느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집중하는 건 바로 사랑이 아닌가. 디즈니가 사랑에 집중하는 이유다. 또한 여성이든 남성이든 공평한 기회를 갖는 게 그려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겨울왕국'에서도 안나와 엘사가 무언가에 한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믿는 바에 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표현되지 않나. 그렇게 모두가 공평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디즈니다"고 덧붙였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안나 총괄 담당으로서 안나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더했다. 안나 캐릭터에 대한 1편과 2편의 가장 큰 차이를 묻는 질문에 "왈가닥에 밝고 씩씩한 안나가 1편에서는 겁 없이 직진만 하는 친구였다면, 2편에서 안나는 가족도, 친구들도, 사랑하는 남자까지 모든 것을 졌기에 잃을 것이 많아졌기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는 친구다"고 답했다. 이어 "2편에서의 안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걱정이 늘었지만 결국 그들을 지키기 위해 밝고 씩씩한 힘을 이끌어낸다. 안나가 내면의 힘을 각성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안나와 엘사 표현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엘사는 움직임이 적고 심사숙고를 하는 스타일이다. 행동도 소극적인 편이고 내면에 내제된 것이 더 많은 캐릭터"라며 "반면 안나는 뭐든지 솔직하고 크게 반응하는 캐릭터다. 손짓 발짓도 크고 웃을 때도 크게 웃는다. 기본 표정 자체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표현할 때 영감을 받는 것들에 대해 묻자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애니메이터들이 항상 자신의 내면과 자신의 주변인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결국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애니메이터 모두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엄청난 관찰력을 가지고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아이들은 안나와 엘사, 올라프와 스벤까지 '겨울왕국2'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진짜 존재라는 것이라고 믿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저는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애니메이터로서, 보시는 분이 우리 존재를 지운 채 영화를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우리의 손을 생각하지 않고 캐릭터를 그 존재 자체로 살아가는 존재로 믿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웃었다.

한편, '겨울왕국2'에서는 크리스티 벨, 이디나 멘젤, 조시 게드, 조나단 그로프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절찬리 상영중.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