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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불안 신인상' 정우영, 역대최약? 그래서 그의 각오는 더욱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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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11시에 자려고 했는데 3시에 잠들었다. 잠이 안오더라."

본인의 말대로 안심할 수 없었던 성적. LG 트윈스 정우영은 신인상이 호명되는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시상자가 이름을 부르기 전 "다리가 긴 선수군요"라고 운을 떼자 그제서야 '아,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판까지 혼전이었던 신인상 레이스. 급기야 자질 논란까지 나왔다.

2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열린 2019년 KBO시상식에서 정우영은 최고의 신인으로 우뚝 섰다. 정우영은 유효 투표수 110표 가운데 1위표(5점) 59장, 2위표(3점) 25장, 3위표(1점) 10장 등 총 380점을 받아 KIA 타이거즈 외야수 이창진(171점)과 투수 전상현(154점)을 제쳤다.

사실 정우영의 올시즌 성적은 압도적이지 않다. 56경기에 출전해 4승6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72. 이창진은 133경기에 나가 타율 2할7푼, 6홈런, 48타점, 57득점을 올렸고, 전상현은 57경기에서 1승4패, 15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마크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전상현이 정우영을 제쳤다. 2명의 KIA 선수가 표를 나눠가지니 정우영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었다.

역대로 보면 2003년 현대 유니콘스 이동학이 가장 존재감 '약한' 신인왕으로 회자된다. 그해 이동학은 8승3패, 평균자책점 5.35로 신인왕 트로피를 안았다. 타이틀은 물론, 투수 주요 부문 상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딱히 경쟁자가 없었다. 정우영도 향후 신인왕 자격 논란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LG의 고질적 불안 요소였던 불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선발 후보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류중일 감독은 140㎞대 중반의 직구와 안정된 제구력으로 시즌 초부터 불펜에서 안정된 피칭을 이어가자 붙박이 셋업맨으로 기용했다. 오히려 불펜에서 기회를 잡은 게 행운이었을 지 모른다.

정우영은 "올해 이렇게 떨려본 적이 없었다. 작년에 (강)백호는 월등한 성적으로 탔는데 올해는 비등비등하지 않았나. 상현이형이나 창진이형이 오늘 안 왔더라. (박)찬호형이 먼저 축하한다고 하길래 처음엔 안 믿었다"며 심정을 털어놓았다.

강력한 신인왕이 아니었기에 향후 목표는 더욱 뚜렷하다. 정우영은 "향후 개인 타이틀이라고 한다면 우승 트로피가 먼저다. 22년만에 (LG의)신인왕이 탄생했으니 1994년 우승 이후 트로피도 안고 싶다"며 "그때는 내가 주연으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생각이다. 올해 후반기 어깨 통증을 겪었던 정우영은 "앞으로 쉬는 날은 없다. 12월부터 운동만 할 생각이다. 어깨 통증이 남아 있어 재활을 하면서 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영은 내년에는 선발로 던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미 이천 마무리 캠프에서 언론을 통해 선발 희망을 피력한 바 있다. 정우영은 "팀 사정상 선발이 비니까 선발이 가능하다고 본다. (두산)이영하, (SK)박종훈 선배님이 프리미어12에서 던지는 걸 보고 마음 먹었다. 아직 팀에는 얘기를 안 했다"면서 "선발 후보가 된다면 뭘 보완해야 할 지는 해봐야 알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4~5이닝을 던졌는데 프로니까 다를 것이다"고 했다.

정우영의 최대 단점은 주자 견제 능력이다. 아무래도 사이드암 유형이라 그렇다. 그는 "퀵모션이 약점인데, 주자 잡는 것을 연마하겠다. 최일언 투수코치님도 신인왕을 받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하셨다. 캠프 때 계속 견제 연습을 할 생각"이라며 "구종은 떨어지는 투심이 있는데 굳이 체인지업까지 던질 필요는 없다. 느린 커브가 어떨까 하는 마음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서울고를 졸업하고 2차 지명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LG에 입단한 정우영의 수상으로 KBO리그는 2017년 히어로즈 이정후, 지난해 KT 위즈 강백호에 이어 3년 연속 '순수 신인왕'을 배출했다. LG 선수(전신 MBC 청룡 포함)가 신인왕을 차지한 것은 역대 6번째이며, 1997년 이병규에 이어 22년 만이다. 삼성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