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빨간 바지의 마법이 또 한번 통했다.
김세영(26)이 LPGA 투어 2019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역대 최다 우승 상금인 150만 달러(약 17억6천만원)를 거머쥐었다. 김세영은 25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5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언더파 70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65-67-68-70)를 기록한 김세영은 이날 6타를 줄이며 맹 추격한 2위 찰리 헐(잉글랜드)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3승째이자 LPGA 통산 10승째. 김세영은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에 이어 한국 선수 중 4번째로 LPGA 투어 통산 10승 고지에 올랐다.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15승을 합작하며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한 시즌 한국 선수 통산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어김 없이 빨간 바지를 입고 최종라운드에 나선 김세영. 마법은 또 한번 통했다. 우승 과정이 극적이었다. 선두를 달리던 김세영은 헐의 맹추격 속에 막판 위기를 맞았다. 김세영이 17번 홀(파5) 버디 퍼트를 놓쳤다.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기록한 헐에게 17언더파로 공동 1위를 허용했다. 하지만 김세영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약 8m 쯤 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 순간까지 김세영은 헐의 추격 사실을 전혀 몰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세영은 "찰리가 17언더파인 줄 몰랐다. 나는 오직 넬리만 생각하고 넬리만 이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퍼트를 하고 나서 리더보드를 봤더니 찰리가 내 바로 밑에 있는 게 아닌가.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일부러 내 스코어에 집중하려고 스코어 보드를 안 봤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다 우승상금 수상에 대해 "어디다 쓸 건지 아직 생각을 안 해 봤다. 상금을 이렇게 많이 받은 적은 처음이라 의미가 있는데, 웬만하면 좋은 일,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