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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세상은 지리멸렬해"…산소 같은 이영애, 아름다운 소신과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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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리멸렬한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를 꺼내야 하잖아요."

범죄 스릴러 영화 '나를 찾아줘'(김승우 감독, 26컴퍼니 제작)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낯선 곳으로 뛰어든 정연을 연기한 배우 이영애(48). 그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나를 찾아줘'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나를 찾아줘'는 모두가 진실을 은폐하는 곳에 아이를 찾기 위해 뛰어든 여자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풀어낸 '나를 찾아줘'는 보는 내내 강렬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우리 주변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법한 현실적인 묘사와 터치를 더해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200% 끌어올렸다.

특히 '나를 찾아줘'는 '충무로 퀸' 이영애의 14년 만에 스크린 컴백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대단원을 장식했던 '친절한 금자씨'(05)에서 강렬하고 파격적인 열연을 선보인 이영애는 이후 오랫동안 스크린 활동을 중단, 팬들에게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오랜만에 '나를 찾아줘'를 통해 스크린에 컴백한 이영애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정연의 복합적인 감정을 특유의 밀도 있는 감성 연기와 공감을 자아내는 모성애로 표현해 '퀸 영애'의 완벽한 복귀를 알린 것. 아들을 잃어버린 실의와 죄책감, 그리움으로 6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엄마 정연 그 자체가 된 이영애.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극한 고통과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 홀로 아들을 찾아 나서는 강인한 모성애를 펼쳐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본지를 만난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 시사회 이후 많은 분이 영화를 좋게 봐준 것 같다. 대본을 보고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좋은 평을 해줘서 기분이 업됐다.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한 것 같다. '나를 찾아줘'를 본 뒤 따뜻한, 뭉클한 여운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나는 인간 군상에 대해 '지리멸렬'이라고 표현했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복잡하고 괴기스럽기까지 한데 그게 판타지가 아닌 사실이지 않나? 이런 사회를 영화로 다뤄주는 게 책임이고 의무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표현도 좋았고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기분이기도 했다. 모두가 잘해야 한 편의 좋은 극이 나올 것 같아 많이 노력했고 완성본을 보니 개인적으로 좋았다. 또 이 사회는 선과 악으로만 나뉠 수 없고 선과 악이 항상 공존할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사회다. 개개인의 모습이 다 드러난 캐릭터가 너무 좋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자신했다.

아동 학대, 아동 실종 메시지를 다룬 소재가 작품을 선택하는데 고민으로 다가왔다는 이영애는 "아무래도 내가 엄마가 되니까 오히려 그런 사건들을 직접적으로 마주 대하기가 힘들더라. 예전에는 힘든 아이들, 아픈 아이들이 있으면 '내가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라며 다가갔는데 엄마가 되니까 멀리하게 됐다. 멀리한다기보다는 가까이 마주하기 정말 힘들더라"며 "아동 실종, 아동 학대 등의 사건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런 소재 때문에 고민이 컸지만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 감동, 여운이 커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여러 사회 문제 속 부조리를 잘 전달하고 싶었다.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물론 엄마가 되기 전에도 이 작품이라면 선택했을 것이다. 대신에 엄마이기 때문에 더 고민을 한 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것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영애는 "오랜만에 현장이지만 특별히 낯선 것은 없었다. 떨리고 기대가 되고 흥분이 된 지점은 있다. 마치 엊그제 현장 같기도 해서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고 괴리감이나 간극의 차이는 없었다. 운이 좋았던 것은 '친절한 금자씨' 당시 함께했던 영화 팀 스태프들이 흔쾌히 같이해주기로 해서 현장이 더 화기애애했다"고 웃었다.

그는 "다른 것보다 '14년 만에 컴백'이라는 타이틀이 사실 더 부담된다. 나도 나이를 먹고, 14년이라는 시간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계산을 하게 되니까 그런 지점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나조차 이렇게 컴백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지 몰랐다. 그만큼 20대, 30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일을 열심히 했고 이제 더 욕심을 내면 안 될 것 같다. 삶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하는 가정도 얻고 더구나 아이를 늦게 낳았으니까 가정에 대한 애착이 더 크다. 어렸을 때 정말 열심히 살았고 그런 이유로 다시 돌아왔을 때 많은 분이 찾아와주고 좋아해 주는 게 아닌가 싶다. 돌아보니 모든 게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쉬는 동안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좋은 작품도 있었고 놓치면 아까운 작품도 몇몇은 있었다. 하지만 작품과 육아를 동시에 하기에 힘들었다. 시기가 다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하고 싶다.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작품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엄마로서 역할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지금 9살인데 엄마로서 위치도 중요하고 가정을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연기 생활과 가정생활을 동시에 잘 해낼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늘 기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 특히 우리 작품은 막내 스태프까지 바다에 뛰어들어 몸을 사리지 않고 한마음이 되는 과정이 많이 뭉클했다. 촬영이 끝나고 난 뒤 최근 촬영 영상기를 보니까 더 뭉클했다"며 "액션도 도전했는데 몇 번 갯벌에 구르니까 어지럽고 머리가 핑 돌더라. 나이가 들기 전에 액션을 빨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외로 액션이 재미있더라. 안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 액션을 하니까 나름의 재미가 있었나 보다. 격투신이 작품에 긴장감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 속 감정 연기와 액션보다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녹록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육아에 있어 늘 마음이 쓰였다는 이영애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아이들의 스케줄을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다. 남편이 정말 많이 도와줬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손길이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아이들 학교를 보내는 것도 있고 가정을 챙겨야 하니까 그런 지점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남편이 아이들을 케어해주면서 빈자리를 채워줬다. 촬영하면서 그런 게 힘들다고 하면 힘들고 조금 더 신경을 쓴 부분인 것 같다"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미안한 마음을 덧붙였다.

이영애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과 딸.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이영애는 방송 최초 양평 집은 물론 쌍둥이 아들·딸인 정승권 군, 정승빈 양을 소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영애는 "그동안 나를 둘러싼 타이틀 중 하나로 '신비주의'라는 말이 있다. 특별히 나는 그렇지 않았다. 다만 성격의 문제였다. 신비한 이미지를 마케팅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성격이 결혼 전과 후로 바뀌었다. 20대, 30대에는 카메라 앞에서만 연기했지 밖에서는 나서지 못했다. 부끄러워하고 수줍음이 많았다. 더구나 CF에서 '산소 같은 이영애'라는 카피를 얻은 뒤 더욱 그런 이미지가 굳혀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무래도 결혼 후에는 나 혼자 숨어 지낼 수는 없지 않나? 서서히 마음을 열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는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 뭐든지 과하면 안 좋지 않나?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과하지 않게 수위를 조절하려고 한다"며 "최근 개인 SNS를 개설한 것도 재밌더라. 젊은 친구들에게 초보티 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면서 알아가는 과정도 재미있더라. 소통과 재미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밤이 잠이 안 올 때 나만 보기 아까운, 자랑질하고 싶은 사진을 몇 개 올렸다. 좋아해 주신 분이 댓글 남겨주면 반갑고 친구들도 서로 소통하니까 재미를 얻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영애는 지난 21일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아름다운 모습과 기품있는 코멘트로 최우수작품상을 시상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올해 청룡영화상에 등장한 이영애를 두고 '얼굴 대상'이라는 극찬이 쏟아진 것. 이에 이영애는 "청룡영화상에서 얼굴 대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잘 봐주셔서 감사했다. 그 3분, 5분을 위해 3~4시간을 준비했다. 검색어까지 나왔다고 하더라. 예쁘다는 칭찬을 정말 많이 해주셨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나이를 안 먹을 수 있나? 싶기도 하다. 완벽하다, 예쁘다는 평은 거짓말이다. 어떻게 세월을 이기겠나?"고 수줍게 웃었다.

그는 "떨려서 멘트 연습도 많이 했다. 마지막이라 시간이 많이 없어서 준비한 멘트를 줄였다. 내가 상 받는 것도 아니고 길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반만 했다. 과하면 욕먹더라. 과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연기 면에서도 모든 면에서도"라고 자신만의 철학을 밝혔다.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과 생김새부터 흉터 자국까지 똑같은 아이를 봤다는 의문의 연락을 받은 여자가 낯선 마을로 아이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영애, 유재명, 이원근, 박해준 등이 가세했고 김승우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굳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