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시티스타디움(레바논 베이루트)=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평양 경기와 베이루트 경기의 차이점은 '중계', 그것 하나였다.
월드컵 최종예선도 아니고 2차예선에서 2경기 연속 0대0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6점을 따낼 수 있는 2연전에서 승점 2점만을 가져왔다. 같은 날 2위 북한이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서 1대3으로 패했기에 망정이지 승리를 했다면 선두를 빼앗길 뻔했다. 4라운드를 마친 현재 한국이 2승2무 승점 8점으로 승점 7점인 2위 레바논과 3위 북한에 승점 1점차로 근소하게 앞서있다. 4위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승점차는 2점에 불과하다.
직접 현장에서 지켜본 벤투호의 경기는 무기력 그 자체였다. 레바논 반정부 시위에 따른 무관중 경기, 익숙지 않은 잔디상태, 시차, 기후 등의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야겠지만, 피파 랭킹 91위팀을 압도하지 못했다는 건 문제가 있다. 전반 초반 이재성의 슈팅과 후반 프리킥 상황에서 골대를 때린 황의조의 헤더 정도를 제외하면 상대를 위협하는 장면이 없었다. 오히려 상대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과 프리킥, 그리고 역습 상황에서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을 뻔했다.
한국에 있는 팬들은 '고구마'같던 레바논전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지난달 북한 원정 경기는 다른 종류의 답답함을 느꼈다. 북한측의 요구로 무중계로 치러져 팬들은 생중계는 커녕 경기 후 녹화 방송도 보지 못했다. 경기를 뛴 선수들의 인터뷰와 축구회관에서 경기를 시청한 취재진의 보도를 통해 '북한이 거칠게 플레이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접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보건대, 한국은 북한 원정에서 상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진 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