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영화 '카센타'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이었던 작품이에요." 배우 박용우(48)의 말에는 진심이 녹아있었다.
파리 날리는 국도변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는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이 펑크 난 차를 수리하며, 돈을 벌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못을 박게 되면서 벌어지는 한국형 생계범죄 블랙코미디 '카센타'(하윤재 감독, 88애비뉴㈜ 제작). 극중 국도변 카센타 사장 재구 역의 박용우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올가미'(1997)로 데뷔한 이후 '투캅스3'(1998), '쉬리'(1998), '혈의 누'(2005) '달콤, 살벌한 연인'(2006),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순정'(2016) 등의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매력으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은 박용우. 최근 드라마 '프리스트'를 통해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그가 영화 '카센타'를 통해 3년만의 스크린에 복귀했다.
'카센타'에서 그가 연기하는 재구는 파리만 날리는 국도변 카센타의 사장. 도로 위에 떨어진 금속 조각에 펑크 난 차량을 고친 것을 계기로 도로 위에 계획적으로 날카로운 못을 놓고 타이어에 펑크를 유도한다. 펑크 차량이 늘어날수록 손님들이 밀려들면서 많은 돈을 벌게 되지만 뜻밖의 사고로 인해 흔들리게 된다. 박용우는 욕망과 양심의 기로에 놓인 재구를 입체적으로 연기하며 몰입감을 높인다.이날 박용우는 '카센타'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감독님에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맨 처음 하윤재 감독의 인상이 좋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하며 이야기를 전했다. "시나리오를 받아 읽어보고 궁금한 게 많아서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첫 만남에서는 감독님에 대해 오해를 했다.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남의 고집만 내 세우는 분이라고 오해를 했다. 그래서 첫 만남 자리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저는 제 할 말만 하고 감독님은 감독님 할 말만 하는 자리였다"며 "그 만남 뒤로 저는 여행을 갔는데 감독님께서 바뀐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 그런데 읽어보니 제가 이야기 했던 게 90%가 반영이 된 거더라. 그래서 '내가 오해를 하고 있었구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 듣고 계셨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여행을 다녀와서 감독님을 다시 만나 뵙게 됐다. 첫 만남에서는 배우에게 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세게 하셨다고 말씀하시더라. 근데 오히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굉장히 좋은 생산적인 설전을 하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정말 좋은 감독님, 정말 좋은 사람을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박용우는 '카센타'는 "감동으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나게 된 영화"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카센타'는 데이터 분석을 해서 선택한 작품이 아니다. 정말 여행 중에 감독님에게 감동을 해서 선택 한 거다"며 "이런 사람이라면 함께 할 수 있겠다고 마음을 먹고 들어간 영화다. 또 사실 이렇게까지 결과물이 완성도가 있을 줄은 몰랐다. 결과물까지 감동이다"고 덧붙였다.앞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내가 출연한 작품이지만 나는 '카센타'를 보고 팬이 됐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낸 박용우. 그는 "'카센타'는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었다. 감정이 움직인다는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사회 때 영화를 두 번째 본건데 두 번째 보니 이성적으로 영화를 보게 됐다. 관객의 반응부터 소품이나 사소한 것까지 다 보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맨 처음에 봤을 때는 재구 순영에 집중해서 봤다. 처음에는 이 인물들을 보며 헛웃음을 짓다가 나중에는 이 사람들이 너무나 짠하게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 정말 오랜만에 내 작품을 보면서 울었다. 내 연기 내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 인물이 짠했다"며 "극중 인물들이 그렇게까지 밖에 살 수 없는 것이, 그런 치부를 들킨 것이 슬프게 다가오더라. 두 번째 봤을 때도 눈물이 나더라. 스타일리리쉬하고 외향적으로 멋스러운 눈물과 감동이 아니라 감추고 싶은 속내의 슬픔이라고 할까. 그렇게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였다"고 덧붙였다. "내가 출연했지만 나를 잊어버리고 영화를 보게 만들더라"라며 강조했다.
극중 박용우는 부부로 호흡을 맞춘 조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조은지 배우는 정말 보자마자 좋았다. 만난 건 '달콤 살벌한 연인'(2006)에서 처음 만났었고 임상수 감독님의 영화 '눈물'을 보고 배우로서 처음 그 배우를 접했다"며 "'눈물' 보기 전에 그 배우의 오디션 영상을 봤는데 그 인상이 정말 강렬했다. 그때 그 친구에게 슬픔을 봤다. 그 친구가 그 영상에서 울거나 슬픈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는데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이 참 오래 남았다"고 말했다.박용우는 '카센타'에서 선보인 연기에 대해 '최대한 자유롭게 표현한 연기'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쓴맛이든 단맛이든 다 느끼면서 연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최대한 자유롭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며 "예전에는 연기적 강박을 강박으로 느꼈다면 요새는 그런 강박조차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카센타'에서는 최대한 힘을 빼면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내 개인적인 욕심에 대해 한 번 더 질문을 하자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저를 무한신뢰 해주셔서 제가 마음대로 스스로 오버하면 바로 무너지기 때문에 최대한 자유롭게 하되 힘을 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절제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신인 감독들과 많은 작업을 한 박용우. 그는 신인 감독들과 작업 과정에 대해 묻자 "신인 감독님들과 하면 오히려 더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꼰대'다. 그 소리는 죽을 때까지 안 들었으면 좋겠다. 최대한 말은 안하고 지갑을 많이 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용우의 대표작 '달콤, 살벌한 연인'부터 '카센타'까지 '특유의 지질한 연기'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박용우. 그러한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냐는 질문에 "물론 예전에는 그런 생각은 해봤다. 사실 그런 말은 지금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그는 "그런데 사실 사람은 태생적으로 지질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그런 코미디를 좋아하는 건 같다. 태생적인 지질함이 있기에 그로 인한 코미디를 사랑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본 배우 키타노 다케시의 유머를 좋아하는데 그분이 대표적으로 지질함으로 자아내는 코미드를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도둑맞은 책'으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기도 했던 그는 연극 무대에 대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활동을 쉬게 될 때가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쉬면서 여행도 많이 다녔다. 그때 내가 진짜 원 하는 게 뭔지 스스로에 질문을 많이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정말 내가 연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때 꼭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 바로 연극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용우는 배우라는 삶에 대해 "사실 저는 배우가 공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는 직업이고 관심을 받는 직업이고 많은 분들에게 성격적이고 환경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행동거지나 태도에 대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사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센타'는 2009년 연출한 첫 단편 '봄날의 약속'으로 제30회 청룡영화제 단편영화부문 본선과 끌레르몽 페랑 단편 영화제 부문 경쟁에 오른 바 있는 하윤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박용우, 조은지, 현봉식, 김한종, 한수연 등이 출연한다. 11월 27일 개봉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트리플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