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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난 죽을때까지 연기자"…'카센타' 조은지, 연기를 한다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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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죽을 때까지 카메라 앞에서는 배우로 살고 싶어요."

파리 날리는 국도변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는 재구와 순영이 펑크 난 차를 수리하며, 돈을 벌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못을 박게 되면서 벌어지는 한국형 생계범죄 블랙코미디 '카센타'(하윤재 감독, 88애비뉴㈜ 제작). 국도변 카센타 사장의 아내 순영 역의 조은지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눈물'(2000)로 데뷔한 이후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요가학원'(2009), '쩨쩨한 로맨스'(2010), '후궁: 제왕의 첩'(2012), '런닝맨'(2012), 표적'(2014) 등의 작품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맡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조은지. 최근 '악녀'(2017)와 '살인소설'(2017)를 통해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그가 생계범죄 블랙코미디 '카센타'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카센타'에서 그가 연기하는 순영은 서울 유학파로 고향 사천에서는 옛날부터 예쁘기로 소문이 난 인물이지만 지금은 문 닫기 일보 직전의 가난한 카센타의 안주인. 1개에 5원짜리 인형 눈알까지 붙이며 생계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하던 그는 어느 날 한밤중에 도로 위에 못을 뿌려 차량의 펑크를 유도하는 남편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남편을 말리지만 돈이 벌리기 시작하자 점점 죄책감을 잃고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다.이날 조은지는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다. 욕망으로 인해서 캐릭터가 변해가는 과정이 끌렸다.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술술 읽혔다. 시나리오를 보니까 감독님이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감이나 느낌을 중요시 하는 편이다"며 '카센타'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하윤재 감독을 만난 뒤 출연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는 조은지. 그는 "처음에는 시나리오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했다기보다는 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한 마디씩 던지셨을 때 그림이 명확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작품은 감독님이 10년간 준비했던 작품이다. 10년간 준비하셨던 작품이니까 더 그림이 명확하실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욕망으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인물에 얼마나 공감을 했냐는 질문에 "사실 인물에 대한 전사(前史를) 알고 보면 이 인물이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겠구나 이해가 가능하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전사가 다 표현되지 않으니까 보시는 분들이 공감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환경적으로 보여드리려고 했다. 그 젊은 부부가 그 시골에서 전혀 꾸미지도 못하고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범죄를 계획하고 욕망에 휩싸이는 것에 대한 공감을 불러오려고 했다"고 덧붙였다.조은지는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13년만에 다시 만나 부부 호흡을 맞춘 박용우에 배운 점이 많다고 입을 열었다. 조은지는 그는 "선배님께 굉장히 많은 걸 배웠다. 제가 저만의 관찰법이 있는 편인데, 이번에도 선배님을 많이 관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용우 선배님은 슛 들어가기 직전까지 주변 사물을 보면서 내가 표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찾는 편이다. 그런 부분을 보면서 나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또한 조은지는 "선배님은 즉흥적으로 상대방에게 리액션을 요구하지는 않으신다. 오히려 즉흥 아이디어를 애드리브로 펼치실 수 있지 않나"며 "하지만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혹시나 상대 배우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먼저 상대 배우에게 아이디어를 공유해주신다"고 덧붙였다.

연기를 넘어 연출에까지 도전을 하고 있는 조은지. 단편 영화를 연출한데 이어 최근에는 첫 장편 영화 연출작 '입술은 안돼요' 촬영까지 마쳤다. 조은지는 연출자로 나서게 된 계기를 묻자 "20대 초반부터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버릇이 있었다. 말을 잘 못해서 글로 해소하는 부분이 있었다. 제 글을 영화 하는 친구들에게 보여줬었는데 단편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주더라. 연출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처음에는 흘려듣다가 나중에는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단편을 그렇게 연출하고 영화제를 다니면서 감독님들도 뵙다보니까 영향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단편 연출을 해보니까 앞으로도 재미있는 연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본격적으로 '감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연출을 시작하게 됐다기보다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로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입술은 안돼요' 시나리오 연출 제의를 받게 됐고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연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연출해보고 싶은 장르에 대해 묻자 "코미디는 저에게 뺄 수 없는 요소인 것 같다. 설정에서 오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감독과 배우, 단 하나의 길만 골라야 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런 기로에 선 다면 배우로 살고 싶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고 기다림이 있을 순 있겠지만 배우 활동을 하면서 연기의 매력에 더 빠져들었던 것 같다. 나는 죽기 전까지 카메라 앞에서 서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며 "물론 아직까지는 제가 감독의 경험이 크지 않아서 때문일 수 도 있다"고 말했다.조은지는 연기를 하면서 슬럼프를 느낀 적은 없냐는 질문에 "사실 매번 작품을 끝내고 다른 작품을 선택할 때까지 늘 슬럼프를 느낀다. 배우는 계약직 아닌가"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카메라 앞에 계속 있고 싶다. 연기를 하면할수록 쌓이고 쌓여 더 욕심이 난다. 연기하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계속 생긴다"고 말했다.

한편, '카센타'는 2009년 연출한 첫 단편 '봄날의 약속'으로 제30회 청룡영화제 단편영화부문 본선과 끌레르몽 페랑 단편 영화제 부문 경쟁에 오른 바 있는 하윤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박용우, 조은지, 현봉식, 김한종, 한수연 등이 출연한다. 11월 27일 개봉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트리플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