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최혜진(20)은 쉴 틈이 없다.
지난 주말 시즌을 막 마쳤지만 이제 학교 수업(고려대학교 스포츠비지니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유연학기제로 오프 시즌 몰아들어야 한다. "12월까지 수업을 들어야 해요. 많은 날은 10시간도 있어요. (웃음)"
14일 시내에서 간담회를 가진 최혜진에게 학교는 또 다른 의미다. "무언가 새로운 걸 하는거잖아요. 학교에서 골프 외에 몰랐던 것도 배울 수 있고, 꼭 졸업하고 싶어요."
정상 시기의 졸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시즌 4관왕(대상, 상금, 평균타수, 최다우승)에 오르며 KLPGA를 정복한 최혜진은 내후년 LPGA 진출을 꿈꾸고 있다. 어릴 때부터의 목표 중 하나였다. "초등 5학년 때 시합에 처음 나갈 때부터 5가지 목표가 있었어요. 국가대표, 세계랭킹 1위, 올림픽 출전, 명예의 전당, LPGA 진출이었죠. 책상, 침대, 그리고 천장에 붙여놓았던 목표였어요."
옆에 앉아 있던 아버지 최길호씨가 한마디 거든다. "분명한 목표가 없으면 두서가 없잖아요. 골프는 경쟁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거니까…."
투철한 목표의식이 천재적 소질을 만났다. 골프 시합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다. "글쎄요. 저는 타고났다기 보다는 혼자 여러가지 시도를 쉽게 잘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국내 무대를 정복한 최혜진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못 다 이룬 4가지 목표인 '세계랭킹 1위, 올림픽 출전, 명예의 전당, LPGA 진출'에 도전해야 한다. 우선 LPGA 출전권 획득이 가장 시급한 목표다. 박성현 방식(상금랭킹 40위 이내), 고진영 방식(출전 대회 우승), 이정은 방식(Q시리즈 통과)을 두루 고려할 참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의무 출전해야 할 국내 대회가 많다. 올 시즌 국내대회 5차례 우승과 스폰서대회 등 무조건 참가해야 할 대회들이 LPGA와 겹칠 수 있다.
"일단 되는 경기까지 나가보고요. 적응이 되면 Q시리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길을 딱 정해놓는 것 보다는 '이제 잘 할 수 있겠다'고 느낄 때 가려고요."
스스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도 있다. 기복도 줄이고 어프로치 기술 향상도 과제다. "여전히 샷 감각이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가 있거요. 그린 주위에서 파 세이브가 힘든 상황에서 세이브해서 흐름을 바꾸는 능력을 더 연마하려고요."
이제 만 스무살인 최혜진. 국내 무대는 좁다. 넓은 세계와 남은 4가지 목표를 향해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섰다. 어머니 공나영씨의 태몽이 상서롭지 않다.
"혜진이 가지고 얼마 안돼 눈이 예쁜 돼지가 저를 무는 꿈을 꿨어요. 복돼지 같은…. 너무 예쁘길래 저의 부부는 미리 딸인줄 알았죠.(웃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