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카림 벤제마의 프랑스 대표팀 경력은 끝났다."
2018년 10월만 하더라도 프랑스 축구협회장 노엘 르 그라에의 발언은 설득력을 얻었다. 벤제마(레알 마드리드)는 2015년 대표팀 동료 마티유 발부에나(올림피아코스)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이용해 협박을 했다는 소위 '섹스테이프 스캔들'을 일으켰다. 2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협박범'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스캔들 이전 프랑스 넘버원 스트라이커로 A매치 81경기에 출전해 27골을 넣었던 벤제마는 4년째 대표팀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12년부터 대표팀을 이끄는 디디에 데샹 감독은 '내가 있는 한 벤제마의 복귀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레블뢰(파랑, 프랑스 대표팀 애칭)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신예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를 앞세워 20년만에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벤제마의 복귀를 원하던 목소리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르 그라에 회장이 그러한 발언을 한 지 1년여가 지난 2019년 11월, 다시금 벤제마 이슈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지난주 프랑스 축구계 레전드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이 소속팀 공격수이기도 한 벤제마에 대해 "실력하나론 최고다. 프랑스 대표팀에 뽑히고도 남을 만하다"고 말한 뒤 유력 언론들이 분위기를 몰아갔다. 프랑스 매체 '레키프'는 지난 11일 '벤제마가 올시즌 프랑스 최고의 공격수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73%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매체는 올시즌 15경기에 출전해 11골을 폭발한 벤제마를 '킹'이라고 부르며, 소집하지 않을 경우 후회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친마드리드 성향의 스페인 신문 '아스'와 '마르카'는 약속이나 한 듯 13일자 신문 대문에 '벤제마'를 박았다. '마르카'의 기사 제목은 '벤제마가 프랑스 대표팀 문을 두드린다'이다.
'아스'는 '처음으로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는 섹스테이프 스캔들이다. 그 이후 레알에서 부진한 활약을 이어가며 이것이 정당화됐다. 하지만 최근 벤제마는 부활했다. 앙투안 그리즈만(바르셀로나)과 대조된 상황'이라고 적었다. 이어 벤제마가 2017년 인터뷰에서 '나를 제외하는 이유가 스포츠적인 이유인지 아닌지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도 데샹 감독은 그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데샹 등과 함께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공격수 출신 크리스토프 뒤가리는 "벤제마와 함께라면, 프랑스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벤제마 복귀를 지지했다. 데샹 감독은 지단 감독의 발언에 대해 "소속팀 감독이기에 그런 말 할 수도 있다"면서도 벤제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벤제마 복귀 이슈가 터진 시점은 공교롭다. 프랑스는 내년에 열릴 유로2020 본선 진출을 앞뒀다. 15일 약체 몰도바를 꺾으면 직행 티켓을 손에 쥔다. 그리즈만, 올리비에 지루(첼시) 우스만 뎀벨레(바르셀로나) 등 공격수들이 컨디션 난조, 출전시간 문제 등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벤제마를 유로2020 본선에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과 동료를 협박하며 팀 분위기를 해쳤던 선수를 다시 불러들여선 안 된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선다. 벤제마가 4년 만에 프랑스 9번 유니폼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