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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매번 한국 발목 잡는 대만, '한 수 아래'인데 왜 껄끄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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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대만은 왜 한국만 만나면 '강적'으로 변모할까.

2019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은 또 한 번의 '참사'를 겪었다. 12일 일본 지바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대만전에서 0대7로 완파했다. 투타 모두 압도 당한 경기였다. 전원 프로 선수로 구성된 국제대회에서 대만에 이 정도로 큰 점수차로 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와 아마 선수들이 섞인 대회로 범위를 넓히면, 2012년 타이중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0대7로 패한 적이 있다. 어찌 됐든 굴욕적인 패배임은 분명했다. 여전히 국제대회 상대 전적에서 19승11패로 앞서있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이번 대만 대표팀에는 일본 프로야구 소속 3명, 미국 마이너리그 소속 5명이 포진해있다. 그 외에는 모두 자국 프로야구, 실업야구 소속 선수들로 구성됐다. 프로야구의 수준은 아직 KBO리그에 미치지 못한다. 인구수 자체가 적고, 대만 프로야구에 1997년, 2008년 승부 조작 파문이 일었다. 이 때 프로 구단이 퇴출면서 4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프로야구 수준을 떠나서 국제대회에서 대만은 기대 이상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과의 승부에서 매번 3점차 이내의 접전을 펼쳤다.

대만은 적지 않게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4대5 연장패를 당했다. 그리고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선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2대4로 무릎을 꿇었다. '삿포로 참사', '도하 참사' 등 각종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후 박빙의 경기에선 모두 승리했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선 1대2로 패했다. 대만 실업 야구 투수 우성펑에게 고전했다.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선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뛰는 우완 투수 장이(6⅔이닝 무실점)를 공략하지 못했다. '한국 킬러' 천관위도 1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근 성장세도 무서웠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선동열 전 감독은 대만 투수들의 성장에 놀라움을 표했다. 김경문 감독 역시 "예전에는 수비 실수가 많았는데, 탄탄해졌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동기부여도 충분했다.

대만은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10월 8일부터 합숙에 들어갔다. 최정예 멤버로 철저한 준비를 했다. 먼저 2패를 안고 시작한 대만은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면서 한국을 완파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에이스 김광현(SK 와이번스)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투수들은 쉽게 공략할 수 없었다. 낯선 투수에 또 한 번 당했다. 내야 수비도 김 감독이 경계한 대로 안정적이었다. 게다가 이날 경기에선 3루측이 대만팬들로 가득 찼다.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남겼다.

한국 선수들도 대만의 전력에 놀랐다. 양의지는 "안정적인 멤버인 것 같다. 타자들이 타석에서 생각보다 나쁜 공에 배트를 안 내고 잘 보더라. 수비도 좋았다"며 깨끗이 인정했다.도쿄(일본)=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