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트레이드. KCC는 이대성과 라건아, 모비스는 김국찬 박지훈 김세창, 리온 윌리엄스를 맞교환했다.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대형 트레이드. 확실히 리그 흥행에는 긍정적 요소다. 강력한 호재다. KBL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동맥경화'가 걸린 듯한 대형 트레이드를 꺼리는 시스템과 인식이었다.
기본적으로 트레이드는 리그의 중요한 활성화 요소가 된다. 핵심 선수들이 새로운 팀에 어떻게 적응하느냐, 리그 판도가 어떻게 달라지느냐가 급박하게 변화하기 때문. 그동안 '그 팀의 그 얼굴'이라는 정체된 모습을 타파하는 효과도 있다. 갑작스러운 이 트레이드를 두고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사실과 다른 '루머'도 은연 중에 양산되는 상황이다. 4대2 트레이드의 모든 것, 짚어봤다.
▶어떻게 이뤄졌나
11월1일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먼저 타진을 했다. KCC 최형길 단장과 전화통화를 했고, 합의가 됐다. 11월4일 신인드래프트에서 KCC가 1라운드 8순위로 뽑은 중앙대 가드 김세창은 모비스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유 감독은 KCC 이전 다른 팀에 트레이드를 타진했지만, 거절 당했다. 이대성은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고, 라건아 역시 연봉 이외에 줘야 하는 국가대표 연봉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결국,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득점력에 고민이 많았으며 전력 강화를 놓고 고민하던 KCC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KCC 측은 이대성과 라건아를 데려오기 위해 이정현과 송교창을 제외한 모든 선수를 매물로 내놨다. 결국 모비스는 김국찬과 박지훈, 그리고 신인 픽을 요구,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모비스의 KCC 밀어주기?
아니다. 항간에 같은 현대 계열의 밀어주기 트레이드 아니냐는 의문제기도 있다. 하지만, 두 팀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파악하는 관계자라면 모두 다 안다.
KCC와 모비스는 '편한 관계'가 아니다. 두 팀은 플레이오프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예민한 신경전을 많이 했다. 이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앙금'이 어느 정도 쌓인 상황이다.
특히, 지난 시즌 1라운드 맞대결에서 양팀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경기 막판 승패가 결정난 상황에서 모비스가 패턴 플레이를 돌리자, 브랜든 브라운은 오용준에게 반칙을 했고 U파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양팀은 극심한 신경전을 펼쳤다. 오히려 불편한 관계라는 것이 양팀 관계의 핵심이다. 여기에 예전 절친했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KCC 전창진 감독도 PO에서 많이 마주치면서 서먹서먹한 관계가 됐다.
▶왜 모비스는 KCC를 택했나
이대성은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모비스를 택하지 않을 확률이 컸다. 때문에 몇 년째 선수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모비스 입장에서는 올 시즌 우승이 쉽지 않다고 판단, 이대성 카드로 리빌딩의 초석을 다지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일치는 것은 KCC밖에 없었다. 이대성은 올 시즌이 끝나면 떠날 가능성이 높다. KCC는 지난 시즌 FA로 풀린 김종규를 포기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대대적 전력보강에 들어갈 예정. 이대성을 잡을 자금과 확신이 있었다. 유재학 감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구단이 KCC밖에 없었다.
사실, 이대성과 라건아의 사용법은 까다롭다. 이대성은 볼 소유가 많은 편이고 기복이 심하다. 자신만의 독특한 농구철학도 있다. 라건아는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특유의 민감한 성격 때문이다. 국가대표팀과의 친선경기가 열린 인천 삼산실내체육관 시설 관리직원에게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당시, 모비스 관계자가 직접 경찰서를 방문, 합의 등 뒷처리를 했다. 두 선수에게 모든 시스템을 맞췄던 유 감독은 그들의 독특한 성격에 따른 기복 때문에 모비스 특유의 응집력이 떨어지는 것을 내심 걱정했었다. KCC 입장에서도 그들의 장, 단점을 알고 있다. 단, 선수들과 '밀당능력'은 최고인 전창진 감독이 두 선수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대형 트레이드는 이렇게 이뤄졌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