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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랭코프에게 배운 커터, 이영하를 무서운 투수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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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기대를 걸었지만, 그 기대 이상이다. 이제 국가대표 우완 투수로 성장한 이영하 이야기다.

현재 프리미어12에 참가 중인 야구 대표팀에서 이영하는 불펜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다. 예선 라운드 호주전과 쿠바전, 그리고 슈퍼라운드 미국전에서 김경문 감독은 경기 중반 가장 중요한 상황에 이영하를 투입했다. 이영하는 3경기에서 총 3⅔이닝 1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씩씩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 대표팀 이후 성인 대표팀 무대는 처음이지만, 소속팀 두산 베어스에서의 활약을 국제대회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대단히 빠른 성장이다. 야구계 전문가들은 이영하가 보여주는 직구와 변화구의 조합을 큰 무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직구처럼 오다가 떨어지는 변화구가 거의 구분이 안가기 때문에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도하기 쉽다고 분석한다. 궤적을 봤을때 슬라이더와 구분이 어렵지만, 사실 이영하가 주무기로 사용하는 구종은 커터다. 슬라이더와 커터를 섞어 던지는 것이 타자에게 큰 혼란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로 입단 당시 이영하의 슬라이더는 구속 129~130㎞ 정도가 나왔다. 선발 전환을 준비하면서 커터와 다른 변화구를 장착한 것이 큰 도움을 줬다. 권명철 당시 투수코치가 모든 구종의 기본적인 그립을 이영하에게 알려줬고, 현재 한솥밥을 먹고있는 세스 후랭코프와 조쉬 린드블럼의 도움도 컸다. 특히 후랭코프에게 배운 커터가 지금 이영하에게 좋은 무기가 됐다. 커터는 후랭코프의 주무기이기도 하다.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포수 박세혁도 "커터 장착으로 레파토리가 늘어났다. 커터가 꺾이는 각이 워낙 좋아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140㎞ 전후로 구속이 나오는 커터와 130㎞대 슬라이더가 140㎞ 후반 직구와 어우러지면서 타자에게 혼란을 주기가 쉽다.

물론 가장 달라진 점은 '경험'이다. 작년까지는 1군에서 임시 선발로 시작해 로테이션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다양하게 움직였다면,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는 김태형 감독이 일찌감치 4선발로 못 박고 시작했다. 작년에 데뷔 첫 10승을 거뒀지만,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을 시작해야 하는 20대 초반 선수에게는 대단한 힘이 됐다. 이영하는 예고대로 올해 풀타임을 선발 투수로 맹활약 했다. 승수도 무려 17승(4패)이나 쌓았고, 평균자책점이 작년 5점대(5.28)에서 3점대(3,64)로 낮아졌다. 경기 내용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빠른 팔 스윙으로 낚아채듯 던지는,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투구가 국제대회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윤석민 이후 몇년째 우완 선발 투수 갈증에 허덕이던 야구 대표팀 입장에서 이영하는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카드다. 내년 도쿄올림픽 참가 가능성도 밝아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