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난 11일에 깜짝 발표된 울산 현대모비스와 전주 KCC의 2대4 '빅 트레이드' 이후 농구계의 관심은 대부분 KCC에 몰려 있다.
당연한 이유다. KCC는 이번 트레이드로 A급 전력인 이대성과 라건아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대성-이성현-송교창-라건아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되면서 KCC의 단점이 상당부분 메워졌다. 다른 상위권 팀의 감독들은 하나같이 "KCC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부상했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KBL리그 선두권 판도가 크게 요동칠 듯 하다.
하지만 동시에 중위권 판도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워낙 KCC의 화려한 라인업에 가려졌지만, 현대모비스의 전력 변화 측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노련한 유재학 감독의 용병술을 간과할 수 없다. 스스로 주도한 트레이드로 원하는 선수들을 KCC로부터 영입했기 때문에 이들을 가지고 새로운 전력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이유로 현대모비스의 위치를 들 수 있다. 13일 현재 KBL리그 6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매우 미묘한 위치다. 5위 안양 KGC, 7위 서울 삼성과 각각 0.5경기 차이를 두고 있다. 8위 부산 KT와도 겨우 1경기 차이다. 즉, 현대모비스의 앞으로 행보에 따라 중위권 순위 변화가 매우 급박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현대모비스는 이번 트레이드를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한 변화로 여기고 있다. 아무래도 팀 전력의 핵심이던 이대성과 라건아의 빈자리는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당분간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이 이런 상황을 그냥 관망하고 있을 리 없다. 유 감독은 "김국찬과 박지훈은 미래가 밟은 포워드들이다. 신인 김세창도 쓸 만한 선수다. 선수층을 두텁게 하고 좀 더 효율적 리빌딩을 위해서 내린 선택"이라고 이번 트레이드를 평가하고 있다. 이 말 속에는 새로운 계산이 서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결국 현대모비스가 얼마나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지가 관건이다. 만약 현대모비스가 선수 구성 변화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중위권에서 새로운 다크호스의 역할을 해낼 수도 있다. 반대로 일단 이번 시즌에 성적보다 '리빌딩'에 집중한다면 다른 중위권 경쟁 팀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중위권 싸움을 하는 다른 팀들도 현대모비스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트레이드로 KBL리그에는 매우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여럿 발생했다. 감독들은 골치가 아플 수도 있겠지만, 시즌 초반 흥행 전선에는 큰 호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