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옵트 아웃(opt-out) 권리를 행사하면서 FA 시장은 'A급' 선발투수가 주를 이루게 됐다. MLB.com은 FA 랭킹 상위 10명을 게릿 콜(29), 앤서니 렌던(29), 스트라스버그, 잭 휠러(29), 매디슨 범가너(30), JD 마르티네스(32), 야스마니 그랜달(31), 류현진(32), 조시 도날드슨(34), 마르셀 오수나(29) 순으로 나열했다. 선발투수가 무려 5명이나 된다. 5명 모두 웬만한 팀에서는 에이스다.
류현진이 5명에 포함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그가 올해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주목받으며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인색한 순위다. MLB.com은 류현진에 대해 '지난 겨울 1790만달러의 퀄리파잉 오퍼를 류현진이 받아들였을 때 다저스는 횡재를 한 셈이었지만, 올해 후반기 지표(평균자책점 3.18, WHIP 1.15)는 긍정적이었던 사이영상 전망을 어둡게 했고,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은 이번 겨울 구매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시즌 후반기 하락세는 둘째 치고 나이와 부상 경력이 많다는 점은 FA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이들 투수 5명 가운데 나이는 류현진이 가장 많다. 바로 아래인 스트라스버그보다도 1년 4개월의 핸디캡이 있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은 32세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아 26~27세 정도로 봐야 한다. 그래서 가치 있다"며 '주행론'을 펼치고 있으나, KBO리그에서 7년간 던진 1269이닝은 간과했다. 류현진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프로 14년 동안 2009⅓이닝(재활등판 제외)을 소화했다. KBO리그 시절 불편한 기운이 느껴지면 로테이션을 거르는 등 관리를 한 덕분에 수술은 받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어깨 수술 외에 사타구니, 허벅지, 종아리 등 잔부상에도 시달리며 부상자 명단에 10차례나 올랐다. 올해도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른 이력이 있다. 내구성에 관한 의구심이 붙어 다니는 이유다.
다른 투수들은 어떨까. 마이너리그를 포함하면 콜이 1395이닝, 스트라스버그는 1514⅓이닝, 휠러는 1140⅔이닝, 범가너는 2201⅔이닝을 던졌다. 통산 투구이닝에서 범가너가 류현진보다 많다. 그러나 부상 경력을 보면 스트라스버그가 류현진과 가장 비슷하다. 그는 2010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포함해 어깨, 팔, 팔꿈치, 옆구리, 목 등 부상자 명단 신세를 11번이나 졌다. 안아픈 곳이 없었다.
그러나 스트라스버그는 올시즌 한 번도 부상을 당하지 않고 209이닝을 소화해 이 부문 내셔널리그 1위에 올랐다. 또한 평균자책점이 전반기 3.64에서 후반기 2.91로 부쩍 향상됐고, 포스트시즌에서는 6경기에 등판해 5승, 평균자책점 1.99를 올려 '가을에 강한다'는 인식도 심어줬다. 특히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는 2경기에서 합계 14⅓이닝 4실점을 기록, 모두 승리를 따내며 워싱턴을 창단 첫 정상으로 이끌며 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트라스버그가 옵트 아웃을 실행한 건 이같은 사실 때문이다. ESPN은 4일 '스트라스버그가 FA 시장에 뛰어들면서 그를 품에 않기 위해 수많은 팀들이 경쟁에 달라붙을 것인데, 구단들에게는 공포'라며 '그가 FA를 앞둔 2016년 5월 워싱턴과 7년 1억7500만달러에 연장 계약을 한 건 진심으로 워싱턴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활약을 보니 해당 계약은 저평가된 측면이 커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지렛대(FA)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트라스버그는 기존 계약에서 4년 1억달러를 포기하고 시장에 나왔다. 그보다 훨씬 규모가 큰 계약을 노리는 것인데, MLB네트워크는 이날 '스트라스버그는 맥스 슈어저나 잭 그레인키 급의 계약을 원한다'고 예상했다. 슈어저는 30세이던 2015년 1월 7년 2억1000만달러, 그레인키는 32세이던 2015년 12월 6년 2억65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류현진에 관해서는 계약기간 3~4년에 총액 1억달러는 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투수이기는 하나, 스트라스버그가 노리는 특급 에이스 대접은 받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의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