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의 이번 시즌 테마는 '리시브 강화'였다. 그래서 정지석이라는 'FA 대어' 대신 현실적인 대안으로 FA 자격을 갖춘 정지석 영입을 바랐다. 그러나 권 감독은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곽승석의 마음은 요지부동이었다. 대한항공 잔류를 택했다. 애초부터 이적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KB손해보험의 2019~2020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경기는 권 감독이 곽승석을 왜 필요로 했는지 알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적장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권 감독은 결정적일 때마다 리시브 범실을 한 레프트 김정호와 정동근을 두고 "대한항공의 곽승석 정지석과의 차이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반면 '살림꾼' 곽승석은 급이 다른 리시브로 대한항공의 2연승을 이끌었다. 이날 곽승석은 23개의 서브를 받아 12개를 정확하게 '국보급 세터' 한선수에게 전달하면서 팀의 세트스코어 3대1 승리를 견인했다.
곽승석의 리시브 효율은 43.48%, 대한항공은 41.98%를 기록했다. 반면 KB손보의 리시브 효율은 25.68%에 불과했다.
곽승석은 항상 '언성 히어로(숨은 영웅)'다. 올 시즌 6경기에서 45.06%의 리시브 효율을 보이며 리시브 부문 6위에 랭크됐다.
디그 부문에서도 8위(세트당 1.800개)로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하면 2위(세트당 5.450개)에 해당한다. 수비는 정확한 리시브에서 실패한 리시브를 뺀 뒤 디그 성공 횟수를 더해 세트수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대한항공의 저력은 리드를 당하고 있을 때 나온다. 곽승석을 비롯해 정지석과 리베로 정성민은 안정된 리시브를 전달하고, 세터 한선수와 공격수들은 찰떡호흡을 과시하다. 이에 대해 곽승석은 "매 경기, 매 세트마다 초반부터 리드를 하면 좋은데 이번 시즌 계속 끌려가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경기를 해서 이긴 경기가 많다. 선수들끼리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후반에는 집중력을 더 발휘하고 있다. 그래도 초반부터 하면 더 경기를 쉽게 풀어가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곽승석은 이번 시즌 전부터 야간훈련 횟수를 늘렸다. 바로 공인구 적응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그 동안 국산 브랜드 '스타' 제품을 사용했다. 헌데 올 시즌부터 국제 대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법을 바꿔 반발력을 일본 브랜드인 미카사 수준으로 맞췄다. 곽승석은 "시즌 전부터 공에 대한 적응이 안돼 있다 보니 연습할 때부터 안되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야간훈련 때 리시브 훈련을 많이 했다. 그래도 많이 받아보고 적응이 된 것 같긴 한데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 공인구는 탄성이 예전 공보다 좋은 것 같다. 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내가 받았을 때 '이 정도되면 됐다'고 느꼈는데 공이 계속 날아간다. 컨트롤에서 어렵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여자부 경기에선 현대건설이 양효진(22점) 마야(18점) 정지윤(12점) 등의 활약으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대1로 누르고 3승1패를 기록했다. 인천=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9~2020시즌 도드람 V리그 전적(3일)
▶남자부
대한항공(4승2패) 3-1 KB손해보험(1승5패)
▶여자부
현대건설(3승1패) 3-1 IBK기업은행(1승3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