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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즈컨 2019', 블리자드는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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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본으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온라인게임 신작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의 개발 소식을 발표했고, 팬들은 환호로 답했다.

블리자드는 지난 2~3일(한국시각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사의 게임 커뮤니티 축제 '블리즈컨 2019'에서 2개의 신작과 더불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하스스톤'의 확장팩, '워크래프트3'의 리마스터 버전인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별다른 신작이 없이 '디아블로'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을 중국 넷이즈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전세계 유저들로부터 강한 비난에 직면했던 블리자드로선 1년만에 다시 개발사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면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사과 드립니다

블리자드는 전세계 게임팬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IP(지식재산권)를 가지고 있고 뛰어난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연례 행사인 '블리즈컨'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중심에 있었던 마이크 모하임 CEO 겸 창업주가 지난해 블리즈컨 직전 회사를 떠나며 위기설이 나온데다, '디아블로 임모탈'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혁신과 개발력 대신 안주를 택한 블리자드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로 인해 블리자드의 모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가는 지난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고, 블리자드가 향후 보유한 IP를 판매하는데 중점을 두는 마케팅 회사로 변모할 것이란 루머까지 나돌았다. 많은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59개국에서 온 게임팬들과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2일 블리즈컨 개막식에서 알렌 브랙 블리자드 사장은 전세계 블리자드 팬들을 향해 가장 먼저 미안함을 전했다. 지난달 '하스스톤' e스포츠 대회에서 홍콩 출신 프로게이머 청응와이가 현재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을 향한 시위를 지지했고, 이에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블리자드가 강력한 제재안을 부과하면서 발생한 게임팬들과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브랙 사장은 "세상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지나치게 성급한 의사결정으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여러분과 소통하는데 오래 걸렸다. 우리가 세웠던 높은 기준을 맞추지 못했고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점에서 매우 아쉽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이 사건이 발단이었지만, 내면적으론 블리자드에 대한 게임팬들의 큰 기대에 부응하고 있지 못했다는 반성이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조금씩 얘기가 흘러나왔던 '디아블로4'의 개발 소식을 공식 발표하고, 예상을 깨고 빠르게 '오버워치2'의 개발 과정도 공개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에 충실한다

한국 시각으로 2일 새벽에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 순위를 도배할 정도로 두 게임의 IP 파워와 열혈 팬층의 환호는 상당했다.

'디아블로4'는 지난 2012년에 출시된 '디아블로3'의 10년 후 얘기를 그리고 있으며, 시리즈 순번대로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브랙 사장은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관과 이야기를 확장했지만, 동시에 유저들이 좋아하는 암울하고 원초적인 '디아블로'의 게임 플레이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본능적인 전투와 섬뜩하고 다양한 괴물, 전리품을 얻기 위한 장대한 모험, 무한에 가까운 플레이 가능성과 진척도 등이 특징으로, 단독 및 파티 플레이를 지원하고 PvP 전투도 가능하다.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성역을 서로 잇는 하나의 영토로 등장시키며 조금의 변화를 줬다. '야만용사', '원소술사', '드루이드' 등 우선 3개의 캐릭터를 공개 데모 버전으로 공개했는데, 블리즈컨 현장에 500대 이상의 PC 시연대가 있었음에도 엄청난 대기열이 발생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PC와 PS4(플레이스테이션4), X박스 One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선보인다고 블리자드는 전했다.

전세계 5000만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오버워치'의 후속작인 '오버워치2'도 당연 큰 주목을 받았다. 협동 임무와 함께 경쟁적 플레이 방식에 맞춰 PvP 전투가 도입된다. 또 플레이어들의 기존 업적과 수집품은 물론 현재 영웅들의 특징들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세대의 영웅과 신규 전장, 새로운 전장 종류인 '밀기'(Push) 등이 추가된다. 전작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유저들이 요구했던 협동전, 스토리 전개 중심의 콘텐츠, 영웅 성장과 커스터마이징 등 다양한 요구 사항이 담기게 된다.

▶트렌드를 접목하다

기본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트렌드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블리즈컨 현장에서 '디아블로 임모탈'과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등 최신 기술과 트렌드가 접목된 게임들의 시연 버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린 이유다.

또 '하스스톤'에는 새로운 플레이 방식인 '전장'(Battlegrounds)을 도입했다. 총 24명의 독특한 영웅이 등장하는 8인 자동 전투 게임 모드로, 플레이어들이 각자 하수인을 모으고 전략적으로 배치해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별도로 카드를 수집해 덱을 구축하거나 유지할 필요는 없으며, 13일 시작되는 공개 시범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다. 더불어 '알파고'를 개발했던 구글 딥마인드와 함께 만들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의 AI(인공지능) '알파스타'의 최신 버전을 공개, 직접 대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편 블리즈컨 현장에서 함께 열린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한국의 박령우가 이탈리아의 '레이노' 리카르도 로미티를 4대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핀란드의 '세랄' 요나 소탈라에게 우승컵을 뺏겼지만, '세랄'이 이번에는 4강에서 탈락한 가운데 한국이 2년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반면 함께 열린 '2019 오버워치 월드컵'에선 한국 대표팀이 4연패에 도전했지만 4강 문턱에서 아쉽게 미국에게 패했고, 3~4위전에서 프랑스를 압도하며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그쳤다.애너하임(미국 캘리포니아주)=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