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넘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연극 '인테리어즈(Interiors)'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단 4회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실험적인 새로운 시도로 기존 연극의 틀을 탈피해온 스코틀랜드의 극단 배니싱 포인트 '인테리어즈'가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의 초청으로 한국팬들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리차드 3세', '밖으로 나왓!' 등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연극을 국내 관객에게 선보여 온 국립극단의 해외교류 활성화 사업의 일환이다.
'인테리어즈'는 동화 '파랑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기에의 상징주의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인테리어'(1894)를 새롭게 재해석한 연극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독특한 시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인테리어즈'는 창문을 통해 집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는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어느 겨울날, 눈으로 뒤덮이고 어둠이 내린 고요한 저녁. 아늑한 불빛이 감도는 외딴 집이 있다. 창문 너머에 보이는 방 안에는 친구들이 모여 파티를 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탁 위의 음식을 즐기고, 서로의 잔을 부딪치고, 리듬에 몸을 맡겨 춤을 추기도 한다. 이렇게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화목한 파티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창 밖에는 이 모두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 그녀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숨겨진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배니싱 포인트의 예술감독이자 연출가 매튜 렌튼은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부각시키며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을 최소화하고 액자식 무대 구성으로 무대 안의 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009년 에든버러 초연 후 약 10년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이와 더불어, 유수의 연극상을 석권하며 실험적인 연극의 지평을 넓혔다.
무대 위 집 안을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인테리어즈'는 집 내부의 소리를 직접 들려주지 않고 관찰자의 시점과 목소리를 빌어 관객에게 전달한다. 행복하게만 보이는 표면적인 모습 이면에 겉모습과는 대조되는 등장인물들의 생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랑과 아픔, 삶과 죽음 등 다양한 요소들을 대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 또한 스스로의 민낯과 마주하게 된다. 아늑한 집과 감각적인 조명 그리고 몽환적인 영상이 어우러진 이번 무대를 통해 한국 관객 또한 최면에 걸린 듯한 강렬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 활용, 표현 방식 등 다양한 방면으로 기존 연극의 관습을 타파하는 작품을 선보여 온 극단 배니싱 포인트가 '인테리어즈'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영감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