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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서야' 제주, 뒤늦게 풀어낸 아길라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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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아길라르를 외면했던 죄인 걸까.

제주 유나이티드가 기사회생했다. 제주는 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 B그룹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6점짜리 외나무 다리 매치에서 2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시즌 종료까지 두 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최하위 제주는 11위 경남FC, 10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이를 각각 2점, 3점으로 줄였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강등권 탈출이 충분히 가능해진 상황이다.

벼랑 끝에 몰린 제주 선수들은 홈에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 상대 인천이 제주 선수들의 투지를 인정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잘 싸우고 나니 아쉬움도 남는다. 왜 진작 이렇게 플레이하지 못했을까.

사실 개막 전 제주를 강등권 후보로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쿼드 자체만 놓고 보면 상위 그룹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 구성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잘못 꼬인 실타래를 풀기란 쉽지 않았다.

최하위까지 처지는 과정을 보면 여러 부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경기를 보면 미드필더 아길라르 중용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아길라르는 인천전에서 나온 두 골에 모두 관여했다. 공식 도움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마그노의 선제골은 아길라르의 프리킥에서 시작됐고, 이창민의 추가골도 아길라르의 스루패스에서 나왔다. 아쉽게 2대2로 비겼지만, 직전 경남전에서도 아길라르가 후반 1-1에서 2-1로 앞서가는 골을 터뜨렸다. 자책골만 나오지 않았다면 귀중한 승점 6점짜리 결승골이 될 뻔 했다.

지난 시즌 인천에서 뛴 아길라르는 제주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데려온 카드였다. 인천에서 도움왕 타이틀에 도전하며 팀 극적 잔류를 이끌었다. 자신을 영입한 조성환 전 감독 체제 하에서는 핵심 플레이메이커로 중용됐다.

하지만 조 감독이 팀을 떠난 후 최윤겸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출전 기회를 급격하게 잃었다. 최 감독은 킬패스는 잘 뿌려주지만, 수비 가담이 적극적이지 않은 아길라르의 플레이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았다. 10월 전까지는 선발로 뛰는 경기가 거의 없었고, 10월에도 간간이 선발 기회를 잡았지만 그 기회가 연속으로는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 경남전과 제주전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뛰게된 것 자체가 오랜만의 일이었다.

수비도 중요하지만 결국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게임. 아길라르가 뛰지 않으면, 공격진에 매끄럽게 들어가는 패스가 많지 않았다. 윤빛가람이 상주 상무 전역 후 가세하면 이 문제가 나아질 것 같았지만, 눈에 띄게 변하는 건 없었다. 결국 최 감독은 수비력이 좋은 강윤성을 아길라르 뒤에 포진시키고, 아길라르의 공격 성향을 극대화하는 작전으로 바꿨다. 그러자 윤빛가람, 윤일록 등 기존 주축 선수들과의 시너지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 하지만 제주는 아길라르가 있고, 없고에 따른 경기력 차이가 컸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남은 두 경기 아길라르는 제주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