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나이는 상관없다."
허문회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의 오랜 숙제가 된 베테랑 활용법을 두고 내린 해답은 간단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라면 누구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허 감독은 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베테랑이 열심히 했는데 소외감을 줄 필요도, 육성을 위해 신예만 바라볼 필요도 없다"며 "선수들이 집중만 한다면 나이는 상관없다. 베테랑, 신예를 구분짓기 보다 열심히 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의 베테랑들에게 2019시즌은 수난의 기억 뿐이다. 지난해 5강 싸움을 주도했던 이대호(37), 채태인(37) 뿐만 아니라 이병규(36), 송승준(39), 손승락(37), 윤길현(36) 등 대부분의 베테랑들이 웃질 못했다. 후반기 롯데가 베테랑 중용-자율 야구 기조 속에 반등을 도모하며 이들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가는 듯 했으나, 반짝 활약에 그쳤다. 결국 간판 타자 이대호까지 2군으로 내려갔다. 부상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설이 끊이지 않았다.
정규시즌 직후 윤길현은 은퇴를 선언했고, 손승락은 FA 자격을 취득해 스토브리그 시장에 나왔다. 2년 계약이 마무리 된 채태인의 거취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대호는 2020시즌을 끝으로 롯데와의 4년 계약이 마무리 된다. 성민규 단장 체제로 접어들면서 육성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는 롯데의 흐름 속에서 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허 감독은 '원팀'을 지향점으로 삼은 모습이다. 팀의 일부가 된다면 기꺼이 포용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팀에 몸담았고 라커룸 문화를 이끌어 온 베테랑의 존재감은 새롭게 팀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허 감독이 반드시 안고 가야 할 부분이다. 2019시즌 원팀을 강조했지만, 결국 베테랑-신예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서 침몰한 롯데를 바라보면서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베테랑들이 제 몫을 해준다면 신예-백업 육성 뿐만 아니라 성적 반등까지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코치 시절 강조해 온 소통과 현재라는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스스로의 철학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관건은 역시 실천이다. 롯데는 후반기부터 개혁을 시도하면서 '젊은 조직'을 꾸리는데 중점을 맞춰왔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상처 받은 베테랑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어떻게 잡을지는 미지수다. FA 협상이 결렬됐던 투수 노경은(35)을 다시 불러들이는 등 전향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으나, 새 시즌 전개에 따라 입장은 또다시 달라질 여지가 있다. 현장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꾸려질 코칭스태프들이 허 감독의 구상대로 베테랑과의 조화를 얼마나 빠른 시일 안에 이루느냐에 따라 '원팀'과 '윈나우'라는 첫 과제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