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순위표가 왜 이래?"
요즘 프로농구에 관심있는 팬들 사이에서 종종 나도는 궁금증이다. 정확한 사정을 몰랐던 구단 관계자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총 43경기를 치른 29일 현재 팀 별 경기수가 뒤죽박죽이다. 이전까지 7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한 전자랜드가 29일 오리온전을 치르면서 겨우 8경기를 채웠고 오리온은 10경기째를 했다. KCC가 이미 가장 많은 10경기(7승3패)를 치른 가운데 9경기를 소화한 팀은 KT(5승4패), LG(2승7패) 2곳이다. 선두 DB, SK(이상 6승2패)를 비롯한 나머지는 8경기를 치렀다.
KBL 프로농구는 총 6라운드, 45경기 일정을 끝냈을 때 1라운드라 부른다. 오는 31일이 45경기째를 치르는 날인데 현대모비스, DB, KGC가 각각 9경기째를 기록하고 LG는 10경기째로 늘어난다.
특히 경기수가 가장 적은 전자랜드는 11월 16일이 돼서야 삼성과 시즌 첫 경기를 갖는다. 전자랜드에게는 14번째 경기이니 일부 다른 팀과는 2라운드 경기를 한 뒤 삼성과 1라운드로 만나는 것이다.
예년과 전혀 다른 기이한 풍경이다. 종전 시즌에는 한 라운드가 끝나면 팀당 9경기씩 깔끔하게 순위가 정리되는 '라운드 개념'이 가능했다. 올시즌 뒤죽박죽 라운드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제농구연맹(FIBA) 브레이크, 서울 전국체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KBL은 매년 여름 비시즌기에 다음 시즌 일정을 짠다. 구단 별로 경기장 대관을 미리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당초 FIBA는 올해 11월과 내년 2월에 브레이크 기간을 정했다. FIBA 브레이크는 축구 A매치 휴식기와 같은 의미로 대표팀 소집·경기가 있는 기간을 말한다.
KBL과 구단은 이들 브레이크를 감안해 각각 10일 정도를 비워둔 채 리그 일정을 결정했다. 이 때만 해도 라운드 별로 깔끔하게 끊어지는 스케줄이었다.
한데 FIBA가 뒤늦게 11월 브레이크에 한해 내년 4월 이후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불똥이 떨어진 쪽은 한국 프로농구. 대입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인 11월 말 2주일의 황금시기를 그냥 놀릴 수 없는 노릇이다. 대관 사정때문에 주중(11월 26∼29일)은 포기하더라도 주말은 어떻게든 채워야 했다.
부랴부랴 구단과 협의한 끝에 대관이 가능한 팀 위주로 일정을 새로 짰다. 11월 브레이크에 경기를 치를 수 없는 팀은 앞으로 당겨 1, 2라운드에 끼워넣기도 했다. 토요일 3경기, 일요일 4경기가 원칙인데 11월 23일 2경기, 24일 1경기 등 일부 주말 경기가 기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전(장애인체전 포함)이 시즌 초반기와 겹쳤다. 잠실실내체육관과 학생체육관을 쓰는 삼성과 SK가 오랜 기간 홈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2개나 되는 팀을 원정 위주로 일정을 짜다보니 더 꼬여버린 것이다. 지난 2014∼2015시즌에 일부 구단의 대관 사정때문에 일정이 변경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결국 KBL은 매 라운드마다 산정하던 라운드 기준 각종 기록 공표를 올시즌에 한해 정규리그가 모두 끝난 뒤 '사후정산'할 계획이다.
KBL 관계자는 "불가피한 혼선이다. 3라운드로 접어들면 뒤죽박죽 일정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