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A 다저스 류현진은 워싱턴 내셔널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펼치는 월드시리즈가 종료되면 생애 두 번째로 FA 자격을 취득한다.
류현진은 지난해 첫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지만, 시장에 나가지 않았다. 원소속팀 다저스가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를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이전에 부상 때문에 보여준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 나가도 특급 대우를 받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2019년, 한 시즌 동안 건강한 몸 상태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고 거액의 장기계약을 노려보자는 계산이 깔린 결정이었다.
보라스의 계획대로 류현진은 올시즌 별다른 부상 없이 풀타임 로테이션을 지키며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9경기에 선발등판해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를 마크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기록한 192이닝 다음으로 많은 182⅔이닝을 투구했다. '건강한 몸과 평균자책점 1위'는 류현진이 협상 테이블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성과다. 하지만 또하나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실이 있다. 류현진과 FA 계약을 하는 팀은 원소속팀 다저스에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 이는 오픈된 시장에서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한다.
메이저리그 단체협약에 따르면 FA를 영입한 팀은 원소속팀에 다음 연도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과 국제 아마추어 유망주 계약금 일부를 내주도록 돼 있다. 양도할 지명권 순서는 사치세를 내는 팀, 수익분배금을 받는 팀 등으로 나눠 차등을 두고 있다. 보상 지명권은 '샌드위치 픽'이라고 해서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 2라운드와 3라운드 사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같은 보상은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은 FA가 이를 거부하고 이적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또한 퀄리파잉 오퍼는 생애 동안 한 번만 제시받을 수 있다.
류현진은 퀄리파잉 오퍼를 한 번 제시받았기 때문에 올해는 자유롭게 시장에 나갈 수 있다. 즉 미래의 에이스, 미래의 4번타자가 될 수 있는 유망주를 내주지 않고 필요한 FA를 데려올 수 있다면, 구단들로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다. MLB.com은 이와 관련해 29일(한국시각) '이같은 사실은 류현진에게 다가올 오프시즌서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 다저스 이외의 팀들은 지명권 보상을 따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MLB.com은 '소문에 따르면 류현진은 LA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는 이번에 거액의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다. 다저스가 다른 팀의 조건과 비교해 낮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류현진이 남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보라스의 고객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전했다. 즉 보라스가 협상을 맡은 선수들은 모두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팀을 옮겼다는 이야기다.
MLB.com 뿐만이 아니다. 류현진의 FA 계약은 미국 현지 언론들도 흥미롭게 다루는 주제다. 다저스 소식을 전하는 다저스 네이션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33세가 되는 류현진이 5년 1억5000만달러를 요구한다면, 다저스는 들어줘야 할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방송을 했다. 실시간 댓글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한 팬은 '부상 경력 때문에 안된다. 그 돈은 콜을 영입하는데 쓰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다저스 네이션은 이런 내용을 소개하면서 '류현진이 스캇 보라스의 에이전트라는 사실을 명심하라'면서 '4년 8000만달러에 계약할 것이다. 36세가 되는 해까지 평균 2000만달러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