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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직언직설]코치는 여전히 장기말? 롯데 개혁의 어두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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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롯데 자이언츠의 새 시즌 키워드는 개혁이다.

성민규 단장 취임을 시작으로 시작된 롯데의 변화는 허문회 감독 선임으로 클라이맥스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현역 시절 빛을 보지 못했으나 꾸준히 자신을 갈고 닦은 '재야 고수'들을 불러모으면서 수 년째 이어져 온 성적 부진을 타파하고 강팀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롯데는 최악의 부진 속에 남겨진 코칭스태프에게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했으나, 결론은 시즌 종료 직후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어려움 속에서 팀을 위해 헌신했지만, 돌아온 것은 '적폐'라는 달갑잖은 꼬리표였다.

야구계 내에선 최근 롯데를 떠난 공필성 전 감독 대행에 대한 처우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후반기 롯데가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부분이 공 대행만의 책임이 아님에도, 결국 모든 책임이 공 대행에게 전가됐다는 것이다.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무너진 팀을 위해 헌신한 코치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합당한 예우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양상문 전 감독 사퇴 이후 공 대행이 사실상 팀을 떠넘겨 받은 상황에서 롯데가 온갖 ‚œ은 일을 시키더니, 시즌 종료 후 태도가 돌변했다더라"며 "여전히 롯데는 코치들을 장기말 취급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베테랑 중용을 외쳤던 공 대행은 롯데 프렌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그런 그가 선수단 내 상징성이 큰 채태인, 이대호의 2군행을 과연 성적부진 만으로 결정했다고 보는가"라면서 "롯데가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을 시작했던게 9월 중순이었다. 공 대행은 10월 중순이 돼서야 거취를 통보 받았다. 결국 공 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이 묶였고, 상처만 받았다. 애초에 재계약 의사가 없었다면 그동안 팀을 위해 고생한 만큼 아쉬움은 달래주지 못할망정 쫓아내는 모양새가 돼서는 안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공 대행은 이달 중순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다.

일각에선 롯데의 이런 행보를 '예견된 수순'으로 보는 눈길도 있다. 최근 10년간 롯데의 행보가 그랬다. 4시즌 간 3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재계약 불가를 발표하는 과정을 두고 갖가지 설이 난무했다. 이후 여러 감독들이 바통을 이어 받았지만, 야구계 안팎에선 퇴진 과정을 두고 프런트-현장의 불협화음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구단 대표이사가 선수단 원정 숙소에 CCTV를 설치하고 프런트 관계자들을 통해 현장 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져 뭇매를 맞기도 했다. 롯데가 프런트 개편을 통해 변화를 노래하고 있지만, 뿌리깊은 구단 내 문화가 과연 단기간에 바뀔 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연유 탓에 내달 1일 롯데 사령탑에 취임하는 허문회 감독 및 코칭스태프를 향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데이터 활용-육성 등 롯데가 제시한 청사진은 솔깃하지만, 새 시즌 성적이 반등하지 않으면 언제든 기류는 바뀔 수 있다는 시각이다. 데이터 활용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조 역시 자칫 허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역할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야구인은 "롯데 코칭스태프 자리가 수 년째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팀을 위해 노력한 이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가 뒤따를 때 롯데도 비로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