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기대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한국시리즈가 흘러가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가 플레이오프에서 파죽의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을 때만해도 두산 베어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키움의 상승세를 주목하며 조심스럽게 우승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3경기를 치른 현재 두산이 3연승을 달리며 우승에 1승만을 남겼고, 키움은 그야말로 벼랑끝까지 몰렸다.
키움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끝냈고, 이틀을 쉰 뒤 SK와의 플레이오프를 치러 3경기만에 승리를 거뒀다. 한국시리즈까지 나흘을 쉬어 7경기를 치른 체력적인 소모를 보충했다. 10명의 불펜 투수를 상황과 데이터에 따라 풀가동하는 새로운 불펜 시스템은 획기적인 불펜 운영으로 찬사를 받았다. 선발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필승조 투수들의 체력 소모가 적어 한국시리즈도 해볼만하다는 예상이 많았던 게 사실.
그런데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역대로 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은 7번 있었는데 이 가운데 딱 한번만 우승을 차지한 것. 즉 우승가능성이 크다고 봤던 3연승팀의 한국시리즈 성적은 사실 그리 좋지 않았던 것.
유일한 플레이오프 3연승 팀의 우승은 지난 1989년 해태 타이거즈가 1위 팀 빙그레 이글스를 꺾은 것이었다. 당시 태평양 돌핀스를 3연승으로 누른 해태는 빙그레를 맞아 1차전서 패했지만 이후 내리 4연승을 달려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해태의 전력이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무려 8일의 휴식이 있었던 것은 현재의 시스템과는 달랐던 부분. 플레이오프에서 생긴 피로도를 말끔해 해소할 수 있을만큼의 휴식이 주어졌기에 1위팀과 거의 같은 조건으로 상대할 수 있었다. 이후 현재의 시스템이 되면서 PO 3연승 팀의 우승은 없었다.
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을 했더라도 한국시리즈에서 1위팀에 지는 이유중 하나는 기본적인 전력의 차이다. 1위팀의 전력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 여기에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쌓인 피로도가 나흘 휴식으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심리적인 것을 생각해본다면 1위팀이 바짝 긴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5경기를 다 하고 오는 팀과 3연승한 팀을 상대하는 1위팀의 정신적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5경기를 모두 치르면 체력적인 소모가 많기 때문에 1위팀이 상대를 좀 더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3연승을 한 팀을 만나게 되면 당연히 긴장을 하고 훈련의 집중도 또한 높아진다. 직접 TV를 통해 상대의 강함을 봤기 때문에 한치의 방심도 할 수 없게 된다.
또 PO 승리팀의 경우 5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선수들과 3연승으로 올라온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다르다.
5차전까지 한 선수들은 짜릿한 승리로 얻은 승리감이 있고, 5경기를 했기 때문에 우승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우승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편하게 경기를 한다. 반면 1위팀은 상대를 쉽게 보면서도 1위에 대한 압박감은 더 커진다.
지난해 SK가 플레이오프에서 키움과 5차전까지 치른 뒤 한국시리즈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며 4승2패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정규시즌에서 2위 SK와 14.5게임이나 앞선 1위를 했던 두산으로선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과 꼭 우승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동시에 찾아들었다.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선수들은 당연히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이 과해지면 부담감으로 작용을 한다. 키움 선수들이 1차전서만 3개의 실책을 한 것이 정신적 부담감에서 오는 실수라고 할 수 있을 듯.
키움이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3연패 뒤 4연승이란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혹시나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키움은 2위 SK를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왔기 때문에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분명히 성과를 거둔 팀인 것만은 분명하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