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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동백꽃 필 무렵' 손담비, '열외'였던 향미를 만든 10년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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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왜 그러고 사느냐"고 하는 이들에게 "나를 잊지 말라"고 외치는 손담비의 속사정이 공개됐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임상춘 극본, 차영훈 연출)에 등장하는 향미(손담비)는 누구에게나 '열외'인 인물이다. 얕고 가볍다고 생각해 그의 앞에서는 뭔가를 숨기지도 않고, 감추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향미 앞에서는 입조심도 하지 않는다. 누구도 향미를 어려워 하지도, 의식하지도 않고 그저 '열외'인 인물로 치부한다. 이 때문에 향미는 남들의 비밀을 손에 쥐고 그걸 이용해 코펜하겐행을 위해 1억원을 준비하려 한다. 하찮아 보였던 향미지만, 비밀을 쥐고 있는 존재가 되면 그에게 눈길이 가게 되는, 마치 미어캣 같은 향미는 그동안 그저 동백(공효진)에게 기생해 살며, 강종렬(김지석)과 노규태(오정세) 등의 등을 쳐서 돈을 모으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러나 향미가 동백을 대신해 까불이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서사가 등장했고, 모두가 향미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동백의 가게 까멜리아의 아르바이트생이자 동백과 강종렬의 약점까지 쥐고 흔드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아왔던 그가, 결국 동백을 대신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는 설정이 부여된 것. 여기에 그동안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향미의 속사정과 서사가 드러나게 되며 향미가 그동안 겪은 일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도 이어졌다.

향미는 이날 코펜하겐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으며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 전화 한 통에 "내가 사람같이 살면, 짐승은 누가해"라며 씁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바로 향미의 동생인 혜훈(장해송)이었다. 어릴 때부터 우애가 남달랐다는 향미는 동생이 잘 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덴마크 유학비와 집값, 생활비까지 대주며 '호구' 노릇을 자처했다. 여기에 혜준은 아내의 병원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요구했고, 당장 돈 나올 구멍이 없던 향미는 종렬이 동백에게 줬던 3000만원짜리 완도 전복에 손을 댔다. 그렇게까지 동생에게 헌신적이었던 향미지만, 결국 동생의 말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코펜하겐행 항공권을 끊었다는 향미에게 혜훈은 자신의 아내와 처가 식구들은 누나의 존재를 모르니 오지 말라고 충격적인 얘기를 전했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쥐고 흔들고, "왜 그러고 사느냐"는 말까지 들으며 악착같이 모아왔던 돈이었지만, 동생인 혜훈에게도 버림을 받고, 결국에는 코펜하겐에도 못 가게 된 향미의 인생은 기구했다. 코펜하겐에 가려고 한다고 노래를 부르며 열중하던 향미의 인생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호구 노릇까지 자처하며 동생의 뒷바라지를 했지만 고맙다는 말 대신, '오지 말라'는 충격적인 소리도 들었고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 자신을 유일하게 믿어주던 동백의 3000만원짜리 전복에 손을 댄 뒤 도망도 못 간 향미는 결국 까멜리아로 돌아왔고, 동백을 다시 만났다. 향미는 자신의 게르마늄 팔찌를 왜 가져갔느냐는 동백의 물음에 "너 기억하려고"라며 먹먹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옆을 지켜줬던 동백을 향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또 향미는 물망초의 꽃말인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말을 남기며 동백을 대신해 야식 배달에 나섰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까멜리아로 전화가 걸려왔다. 익숙한 기치 소리와 함께 "직접 오냐고. 이번에"라고 말하는 의문의 목소리가 긴장감을 높였다. 이어 "사망추정시간 22시부터 23시경"이라는 용식의 말이 향미에게 어떤 일이 생겼음을 짐작하게 했다. 앞서 방송에서 향미는 까불이에 의해 희생을 당했던 것이 드러난 상황. 결국 동백을 노린 범죄에서 그를 대신해 희생당한 향미의 모습이 그려지게 됐다. 하찮게만 생각하고 '열외'라고 생각했으며, 주인공인 동백을 대신해 죽음에 이르러도 될 것 같다고 모두가 은연중에 생각했던 향미가 모두의 비밀을 안은 채 가장 중요한 순간의 희생양이 된 것. 이에 앞으로 펼쳐지게 될 동백과 옹산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더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손담비는 향미를 연기하며 살린 디테일들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아냈다. 길다면 길었던 연기생활동안 연기에 있어서는 호평을 받은 적 없던 그가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재도약에 성공하게 된 것. 뿌리염색을 할 여유가 없어 검은 머리가 한참 내려온 그의 헤어스타일이나 네일아트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촌스러운 컬러로 장식한 손톱에 이르기까지 그가 만들어낸 향미는 실존하는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 이처럼향미로 꽃피운 손담비의 '인생캐'가 그의 연기 인생의 포텐을 터뜨리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