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때로는 스트라이커의 골이 여러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평상시라면 단순한 1골 이지만, 특별한 순간과 만나게 되면 더 이상 '평범한 1골'이 아니다. 더 큰 의미를 지닌 골로 변모하게 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차전 멀티골처럼 말이다. 손흥민이 터트린 2골은 그냥 골이 아니다. 바로 '위기의 남자' 신세로 떨어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되살린 의미를 지닌 골이다.
손흥민이 참 '여럿' 살렸다. 우선 위기의 팀을 구했고, 이로인해 입지가 부쩍 위태로워졌던 포체티노 감독까지도 살렸다고 볼 수 있다. 팀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고, 포체티노 감독은 다시금 선수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손흥민은 23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3차전 츠르베나 즈베르다(세르비아) 와의 홈경기에서 전반 16분과 44분에 잇달아 골을 터트리며 팀의 5대0 완승의 주역이 됐다. 두 차례의 골 장면은 마치 최신 유행의 축구 게임을 보는 듯 했다. 두 번의 크로스도 모두 정확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손흥민의 엄청난 기량이었다. 손흥민은 수비수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스피드를 앞세운 질주와 공간 침투, 순간적인 슛 선택, 정확도 등 모든 면을 완벽에 가깝게 수행했다.
이런 활약 덕분에 토트넘은 드디어 챔피언스리그 첫 승을 따내게 됐다. 앞서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무려 2대7로 크게 졌던 토트넘은 이번 승리로 B조 2위가 되면서 결선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을 되살리게 됐다. 그만큼 의미가 큰 승리였다.
또한 포체티노 감독에게도 큰 힘을 실어준 결과다.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극도로 입지가 불안했다. 일부 선수와의 불화설,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가 해외 언론에 의해 계속 이어졌다. 경질설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고, 구체적으로 무리뉴 전 맨유 감독이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유는 딱 하나다. 이번 시즌 성적이 무척 불안하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 뿐만 아니라 EPL 정규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토트넘은 현재 EPL 7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19일에는 최약체팀 중 하나인 왓포드에 졸전 끝에 1대1로 비기며 포체티노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나온 승리는 포체티노 감독에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포체티노 감독 역시 이날 승리 후 손흥민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그는 "기분 "손흥민이 발롱도르 후보가 돼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