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가을야구를 지배해 온 '영웅' 불펜진의 9회가 무너졌다. '곰 군단'의 막판 끈질긴 공격에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질과 양'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불펜진을 앞세워 각각 LG 트윈스, SK 와이번스를 무찌르고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러나 22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이어가던 마무리 오주원이 통한의 끝내기 안타를 내주면서 6대7로 패했다.
오주원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경기에 나가 3이닝 비자책 1실점을 기록했고,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에서 2⅔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이어갔다. 합계 5경기, 5⅔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평균자책점 '0'을 자랑했다. 오주원을 앞세운 키움 불펜 역시 이번 포스트시즌서 합계 6승1패, 평균자책점 1.23의 위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던 터였다.
키움은 오주원에 앞서 6-6 동점이던 7회말 등판한 조상우가 8회까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역전승의 희망을 부풀렸지만, 마지막 순간 믿었던 오주원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선두타자 박건우의 내야플라이를 놓친 유격수 김하성의 실책이 결정적 빌미가 되기는 했다. 김하성은 높이 솟구친 타구의 낙하 지점을 잘못 판단했다. 이어 비디오 판독 끝에 정수빈의 내야안타가 나왔고, 호세 페르난데스는 땅볼 후 1루 스리피트 규정을 어겨 1사 1,2루가 됐다.
하지만 오주원은 4번타자 김재환과의 승부에서 기를 빼앗기고 말았다.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슬라이더가 볼로 빠지면서 볼넷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2구째 슬라이더가 우측 파울 폴대 근처를 넘어가는 대형 타구로 연결됐다. 대형 타구에 놀란 오주원으로서는 철저한 코너워크를 구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3구부터 연속 볼 3개를 던지면서 김재환을 내보냈다.
1사 만루서 타석에는 오재일이 들어섰다. 오주원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131㎞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졌다. 그러나 가운데로 몰리는 바람에 또다시 큰 타구로 연결됐다. 오재일의 배트에 정확히 맞고 중견수 쪽으로 뻗어 나간 공은 펜스 앞에서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가 됐다. 결정적인 순간 오주원의 실투가 나온 것이다.
키움은 이날 선발 에릭 요키시가 포수 박동원의 2루 송구에 턱을 맞아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바람에 불펜을 조기 가동할 수 밖에 없었다. 이영준 한현희 조상우는 5~8회까지 4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장정석 감독의 불펜 야구의 진수를 보여줬으나, 마지막 이닝서 나온 유격수 김하성의 실책, 오주원의 연이은 실투가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은 역대로 35번 중 26번 정상에 올랐다. 두산의 우승 확률은 74.3%, 키움의 우승 확률은 25.7%에 불과하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