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밥은 먹고 다니냐.' 배우 성현아가 '엄마의 이름으로' 버틴 세월을 토로하며 오열했다.
21일 방송된 SBS플러스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에는 성현아가 출연했다. 김수미는 직접 만든 오징어 파전과 간장게장, 서효림이 만든 쭈꾸미 볶음을 대접해 그녀를 기쁘게 했다.
이날 성현아는 "1975년 토끼띠다. 마흔 다섯(한국 나이)"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아들은 올해로 초등학교 1학년. 성현아는 "아들인데 애교가 너무 많다"며 '엄마'답게 아들 자랑에 나섰다. "내가 언제 나이를 그렇게 먹었나"며 자조하기도 했다.
김수미는 "작품은 같이 안 했고, 몇년전 쇼킹한 스캔들이 있어서 만나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이어 "자의든 타의든, 어떤 실수나 스캔들 때문에 하고 싶은 연예계 생활을 못하고 아직도 세상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억울한 일, 잘못한 일도 물어보고 싶다"며 성현아를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성현아는 "7년 정도 울어본 적이 없다. 아들 태어난 후로 운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감정이 메말랐다"고 고백했다.
특히 성현아의 과거 성매매 혐의에 대한 돌직구가 돋보였다. 성현아는 "유모차 끌고 장보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이 진행된)3년의 시간 동안 일상을 보냈다"면서 "많은 걸 잃었지만 아기와 세상의 이치,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평온한 마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성현아는 2013년 처음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고, 2016년 6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2년 6개월여의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1·2심은 성현아가 남성 A씨와의 3차례 성관계 후 5000만원의 금품을 받았고, 이후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점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현아가 불특정 다수의 남성을 만나지 않고 일관되게 A씨 만을 만났다는 점에서 성매매로 볼 수 없다고 판단, 이를 파기환송했다. "재혼 상대를 찾고 있었다"는 성현아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죄가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성현아는 2010년 '욕망의 불꽃' 이후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다. 성현아는 "20년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많은 액수를 모았다. 개런티도 높고, 내 집도 있었고, 수입차 타고 다녔다"면서 "아이와 단 둘이 남았을 때 딱 700만원, 살던 집 빼서 월세를 정리해보니까 남은 보증금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고, 길바닥에 주저앉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김수미도 "남편이 사업하다 부도났을 때 한여름에 돈이 나올까 싶어 겨울 코트를 뒤적인 적이 있다"고 공감했다.
성현아는 "태어나서 한번도 에어컨 없이 살아본 적이 없었다. 더웠던 그 해 여름에 선풍기 한대 없이 아들과 잤다"면서 "가수 위일청씨의 아내에게 도움을 받았다. 선풍기 두 대를 주셨는데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던 성현아는 결국 김수미의 손을 꼭 잡은채 엎드려 오열했다. 김수미는 "생각보다 잘 견뎌줘서 고맙다. 난 엉망진창이 돼서 올 줄 알았다. 신은 이 사람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아프게 하나"라고 위로했다.
성현아는 "7년 만에 울고나니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미소지었고, 김수미도 "마음에 쌓인 것들이 녹아내린 눈물이다. 생각보다 밝아서 놀랐다"고 다독였다. 성현아는 "내겐 아이가 있다"고 의지를 다졌고, 김수미는 "성현아가 아니라 아이 엄마로 버틴 거다. 그래서 엄마는 강하다"고 강조했다. 성현아는 "빵집 아르바이트를 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 오늘 밥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 마음이 부르다"고 기뻐했다.
성현아는 1994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허준', '이산', '애인', '욕망의 불꽃' 등 굵직한 작품들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비주얼과 강렬한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다. 하지만 2002년의 마약 복용, 2010년 이혼과 재혼, 성매매 혐의 재판(2016년 무죄), 2017년 재혼한 남편과의 사별 등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겪었다. 지난 7월에는 '성현아의 또방TV'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