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현대 모비스가 3연승을 달렸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모비스는 22일 울산 동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 모비스 남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LG를 대 으로 눌렀다. 3연패 이후 3연승. LG는 2연승 이후 패배를 기록했다.
▶전반전
지난 20일 KCC와 모비스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KCC 전창진 감독은 패한 뒤 "1쿼터가 문제였다"고 했다. 당시 모비스는 주전들의 체력부담을 덜기 위해 서명진 김수찬, 자코리 윌리엄스 등 백업진을 대거 내보냈다. 그리고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전 감독이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일단, 모비스의 주전 체력 부담을 던다는 가시적 효과. 더 중요한 것은 전체 경기 흐름 자체가 모비스 쪽으로 유리하게 흐른다는 점이다. 즉, KCC가 승률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1쿼터 모비스를 완전히 압도하거나, 최소 4~5점 차 리드를 가져가면서 이런 미묘한 흐름을 넘겨주지 말아야 했다. 이런 '보이지 않는 흐름'을 전 감독은 지적한 것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경기 전 "KCC전과 똑같다. 비 시즌 고생한 선수들이다. 잘 싸워줘서 고맙다"고 했다. 서명진 김수찬 배수용 최지훈이 스타팅 멤버로 나섰다. LG 현주엽 감독은 이에 대해 "우린 정상적으로 나선다. 모비스의 초반 기세를 살려두면 안된다"고 했다.
초반, 극심한 수비전. 모비스의 3점슛 야투는 모두 빗나갔다. LG 역시 모비스의 강한 수비에 부정확한 슛을 쐈다. 단, 모비스는 1쿼터 3분 만에 팀파울 4개를 범하며 트러블에 걸렸다. 1쿼터 3분29초 만에 배수용의 3점포가 터졌다. 림을 한 차례 맞고 들어간 행운의 슛. 하지만 LG는 모비스에서 이적한 김동량이 연속 4득점 올리면서, 리드를 잡았다. 1쿼터 4분10초를 남기고 8-5 LG의 리드. 모비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5명의 선수를 모두 교체.
베스트 5가 들어갔다. 단, 양동근은 들어오지 않았다. 승부처에서 쓰기 위한 의도. 모비스는 라건아와 함지훈을 이용, 착실히 득점했다. 함지훈의 자유투 2방으로 역전했지만, LG도 만만치 않았다. 김시래가 스크린을 이용, 깨끗한 3점포로 끝내 리드는 허용하지 않았다. 13-12, LG의 리드로 1쿼터 종료.
2쿼터 LG는 계속 리드를 이어갔다. 모비스는 라건아와 함지훈을 이용했지만, 효율성이 없었다. 반면, LG는 정성우의 미드 점퍼와 공격 제한시간 직전 정희재의 재치있는 플레이로 자유투를 얻었다.
모비스는 공격이 전혀 풀리지 않았다. LG의 밀착마크가 상당히 거셌다. 김시래와 김동량이 깨끗한 2대2 플레이로 모비스의 림을 흔들었다. 라렌의 골밑슛까지 더해졌다. 22-14, 8점 차로 LG가 리드를 잡았다.
패스가 잘 돌아가지 않자, 모비스는 서명진을 다시 투입했다. 김상규의 자유투 2개와 서명진의 3점포가 터졌다. 22-19, 모비스의 맹추격.
여기에 양동근의 3점포가 터졌다. 골밑이 여의치 않자, 외곽으로 공격 옵션을 돌렸다. 모비스의 공격이 성공되자, 수비 집중력이 좋아졌다. LG의 패스미스도 나왔다. 모비스의 연속 10득점. 하지만, 이때 다시 흐름을 김시래가 끊었다.
공격 리바운드가 튀어 김시래에게 연결되자 깨끗한 3점포. 이어 맥클린과 2대2 공격이 통했다.
결국 29-29, 동점으로 2쿼터 종료. 종료 직전 아쉬운 판정이 있었다. 서명진의 슛이 불발되자, 골밑의 라건아가 리바운드를 잡은 뒤 곧바로 올라갔다. 이때 맥클린의 팔이 실린더를 침범했다. 슛은 불발. 파울이라고 예상한 양팀 선수들이 한 순간 모두 동작 정지. 하지만 휘슬이 울리지 않자, 그제서야 LG는 속공을 전개. 모비스 벤치는 강력히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 시즌 판정은 나쁘지 않다. 특히 긍정적 신호가 많다.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 판정 기준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가는 모습, 웬만한 몸싸움은 불지 않는 판정 원칙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명백한 오심이 간혹 나온다.
▶후반전
3쿼터 초반 LG의 페이스였다. 기본적으로 모비스는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LG의 수비가 상당히 강력했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상대를 막아냈다.
정희재의 3점포, 라렌의 속공이 나왔다. 모비스가 골밑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을 하자, 스틸을 한 뒤 물 흐르듯 이어진 속공이었다. 단, 모비스는 3쿼터 중반까지 베스트 5를 제대로 기용하지 않았다.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30분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아니었다. 후반, 승부처를 노린 경기 운영. 양동근과 이대성이 백코트에 서자, LG는 공격루트가 많이 사라졌다. 김시래를 압박했고, LG는 라렌을 이용한 골밑 공격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여기에 모비스의 수비 전술이 섞여 있었다. 노련한 양동근과 라건아는 아이스 디펜스를 구사했다. 김시래는 2대2 능력이 좋다. 양동근이 코너로 김시래를 몰기 위해 중앙으로 들어가는 루트를 막는 수비 위치. 김시래는 코너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라건아가 적절하게 체크. 양동근과 더블팀으로 감싸는 형태가 된다. 김시래가 순간적으로 코너에 몰렸다. 이때, 김시래의 2대2 파트너 라렌이 외곽으로 빠지면 오픈 찬스가 난다. 하지만, 라렌과 맥클린은 외곽슛이 그리 능한 선수는 아니다. 즉, 김시래로부터 파생되는 2대2 수비를 막기 위한 최적의 2대2 디펜스 중 하나. 결국 LG는 3쿼터 4분30초부터 무득점에 그쳤다.
4쿼터 LG가 매서운 추격을 했다. 라렌이 앨리웁 덩크로 신호탄을 쏘았다. 모비스가 함지훈의 체력조절을 위해 4쿼터 투입하지 않자, 김동량의 골밑 1대1이 통했다. 김시래의 3점포가 터졌다. 순식간에 48-48, 동점.
그러자, 모비스는 다시 라건아와 함지훈을 이용, 득점에 성공하면서 균형을 맞췄다. 반면, LG는 김시래가 뼈아픈 패스미스를 한 뒤 3점슛마저 놓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다른 공격 옵션이 모두 막혔다.
모비스에서 이적한 김동량은 이날 함지훈과의 1대1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상당히 좋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경기종료 2분22초를 남기고 파울 아웃. 적극적 수비로 인한 부작용.
숨막히는 접전. 이때, 양동근이 미드 레인저 점퍼를 깨끗하게 성공시키면서 4점 차(58-54)로 스코어를 벌였다. 남은 시간은 1분26초. 상당히 의미있는 득점이었다.
주전들의 체력을 조절한 뒤 승부처에 집중한 모비스의 수비는 굉장히 강했다. 이대성은 강한 활동력으로 김시래의 공격 루트를 차단했다. LG는 라렌의 1대1 공격을 했지만, 불발.
이때, 모비스는 이대성이 외곽의 라건아에게 패스. 동시에 함지훈이 스크린을 받은 뒤 반대쪽 로 포스트로 이동. 이때 패스가 이어지면서 득점. 라건아와 함지훈의 하이-로 공격이었는데, 그 이전 '스크린 작업'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상대가 알고도 막기 쉽지 않은 공격 루트였다. 경기 종료 43초가 남았다. 60-54, 6점 차. 남은 시간은 40초.
LG의 작전타임. 김시래의 능력이 발휘됐다. 모비스는 김시래가 스크린을 받고 움직일 때, 유기적 도움 수비를 한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이대성과 함지훈의 스위치 사인이 맞지 않았다. 김시래는 이 틈을 이용, 외곽에 빠져 있는 정희재에게 연결, 3점포를 터뜨렸다. 단 3.2초를 쓰고 3점을 성공시켰다. 60-57, 3점 차 추격.
모비스의 작전타임. 모비스의 공격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24초 제한시간을 최대한 소비, 이후 양동근이 불안한 상황에서 3점포를 던졌다. 불발. 하지만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를 라건아가 잡아냈다. LG는 반칙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자유투 2개를 깨끗하게 성공. 남은 시간은 6.3초, 점수 차는 5점.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아직 모비스는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단, 팀의 틀을 서서히 맞춰가고 있다. 이대성 김상규 등이 완전치 않지만, 25분 내외로 출전시간을 조절하면서 팀의 '내공'을 늘리고 있다. LG는 전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수비활동력을 극대화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단, 이런 수비 수준을 유지하면서 공격의 다양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LG에 내려진 숙제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