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한국시리즈 MVP는 평생 한번 받을까 말까 한 가을야구 최고의 영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지난 주 막을 내린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MVP에 선정되자 주위에서는 아버지 이종범(LG 트윈스 코치)에 이어 '한국시리즈 부자(父子) MVP'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종범 코치는 1993년과 1997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MVP였다.
그러나 이정후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한국시리즈 MVP 욕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을 그었다. 이정후는 "MVP는 노린다고 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로 내 역할, 내가 해야 할 일만 신경 쓰겠다. 팀이 이기는 것 그 한 가지만 생각한다. MVP 생각은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상우형이 받을 듯하다. 투수 운영을 봤을 때 (포수)이지영 선배님이 리드를 잘 해준 것도 있는데, 어쨌든 상우형이 리드를 잘 지켜서 우승한다면 상우형의 공이 클 것"이라면서 "다들 고생을 하시지만 상우형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상우는 지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5경기에 등판해 합계 5⅔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 2승1홀드를 기록했다. 키움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선 건 '불펜 야구'의 중심 조상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레이오프 MVP에 오른 이정후는 당시 조상우의 활약상을 치켜세운 것이다.
앞서 같은 질문이 키움 포수 이지영에게 먼저 던져졌다. 이지영은 옆에 앉은 후배 이정후를 가리켰다. 그는 "정후가 플레이오프 MVP를 받았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에서도 그 상승세를 누구도 꺾지 못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이정후가 MVP 후보로 이지영이 아닌 조상우를 언급한 건 이지영의 리드와 조상우의 호투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나타낸 것이다.
두산 베어스 오재일도 이지영과 마찬가지로 옆에 앉은 후배 이영하를 지목했다. 오재일은 "시즌 때 잘했고, 큰 경기에서 잘 던질 수 있는 배포가 있다"며 "이번 한국시리즈를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올시즌 정상급 선발투수로 올라선 이영하는 정규시즌 막판 '큰 경기'에서 팀을 페넌트레이스 1위로 이끌었다. 지난달 29일 LG 트윈스전서 선발 6이닝 3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귀중한 승리를 이끌었고, 이틀 뒤 열린 시즌 최종전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는 5-5 동점이던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구원승을 따냈다.
질문을 이어받은 이영하는 그러나 김재환을 MVP 후보로 꼽았다. 그는 "재환이형이 받을 것 같다. 재환이형이 잘했으면 좋겠다"면서 그 이유를 "재환이형이 작년보다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옆에)재일이형은 항상 잘하기 때문에 걱정이 덜하지만, 재환이형이 잘하면 좀더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각각 언급한 김재환 이영하 조상우 이정후는 양팀 투타의 핵심 전력들이다. 사실 선수들 입장에선 우승컵만 들어올릴 수 있다면 누가 MVP가 되든 어색할 것이 없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