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 수비에 있어 90년대 기본기와 현대야구의 상식을 겸비한 뛰어난 선수가 이번 가을 유니폼을 벗었다. NC 다이노스 유격수 손시헌(40)이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활동한 일본인 코치들은 한국 야수들의 수비에 대해 "푸트워크를 하지 않고 타구를 몸 정면으로 잡지 않는다"고 비판을 했었다. 그 시절 일본의 내야 수비는 발을 이용해 타구를 몸 정면으로 잡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렇게 하면 불규칙한 바운드나 글러브에서 공이 빠졌을 때 공이 뒤로 빠지지 않고 몸에 맞아 멀리 도망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같은 일본 상식은 한국에는 맞지 않았다. 당시 한국에는 강력한 우타자가 많았고 빠른 타구 속도에 대응해야했기 때문이다. 정면에서 안정된 자세로 잡는 것보다는 공이 잘 보이는 각도에서 공을 잡고 자세가 좋지 않아도 강한 어깨를 이용해 타자를 아웃시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같은 환경에서 한국 야수 중 드문 존재가 손시헌이었다. 손시헌은 발을 이용해 최대한 타구의 정면에서 공을 처리하려고 했다. 덧붙여 무리한 자세에서도 정확한 송구가 가능한 강한 어깨도 갖고 있었다.
그런 손시헌에게 10년전쯤 수비할 때 어떤 것을 신경 쓰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손시헌은 "손목을 이용한 스냅 스로잉"이라고 했다.
그 날부터 손시헌의 손목에 주목해 경기를 지켜봤다. 공을 잡은 뒤 송구를 하는 빠른 스피드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발이 빠른 타자의 경우 불필요한 스텝없이 바로 강한 손목을 이용해 송구를 했다. 글러브로 잡은 공을 오른손으로 빨리 바꿔 1루로 깨끗한 회전의 송구를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유격수의 경우 다이빙 캐치나 런닝 스로우가 나오면 좋은 플레이로 박수를 받는다. 물론 손시헌도 그런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어려운 타구인데도 특유의 스냅 스로우로 아웃시켜 마치 쉬운 수비처럼 느끼게 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정확한 수비. 1m72라는 작은 키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힘있는 송구. 또 언제나 성실한 태도로 훈련과 경기에 임한 손시헌은 최고의 야구선수였다.
세월이 지나 일본에서도 지금은 '공을 반드시 정면으로 잡아야 한다'고 지도하지 않는다. 기본기의 하나로서 제시할 뿐이다.
은퇴한 손시헌은 NC의 2군코치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고 한다. 옛날 기본기에 자기가 개발한 능력. 또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풍부한 경험으로 발전을 거듭한 손시헌. 그가 키우는 '제2의 손시헌'이 1군무대에 등장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