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이렇게 되면 제 아무리 77.4%의 확률을 갖고 있더라도 결코 유리할 것이 없다.
정규시즌 우승팀인 두산 베어스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플레이오프(PO)에서 SK 와이번스를 3연승으로 물리친 키움 히어로즈의 전력과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키움은 준PO에서 LG 트윈스를 3승1패로 누른 뒤 PO에서 SK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역대 한국시리즈 직행팀의 우승 확률은 77.4%다. 1986년 이후(양대리그 제외)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1위에 오른 31팀 중 24팀이 정상에 올랐다. 확률상으로는 두산이 절대 유리하다. 하지만 키움이 준PO와 PO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감안하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명승부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키움은 최대한 짧은 기간에 PO를 마침으로써 22일 시작하는 한국시리즈까지 4일간의 준비 시간을 갖게 됐다. 체력에서 두산에 불리할 것이 전혀 없다.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진 정비, 감을 찾은 타자들의 컨디션 유지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LG와 SK를 상대로 7차례의 피말리는 승부를 펼쳤기 때문에 실전 감각과 자신감에서도 압도적 우위라 할 만하다.
준PO와 PO에서 드러난 전력상 키움의 최대 강점은 불펜진이다. 키움은 PO 엔트리 30명 가운데 14명을 투수로 채웠다. 당초 계획에서 야수를 1명 줄이고 투수를 늘린 것이다. 장정석 감독은 "끊어 던지기를 해서 투수들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했는데, 플레이오프 3경기서 이를 완벽하게 실천에 옮겼다. 선발 요원 4명을 제외한 10명 대부분이 박빙의 상황에서 등판해 제 몫을 다했다. 키움은 이미 정규시즌서 불펜 평균자책점 3.41로 10개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었다. 필승조와 추격조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
LG와의 준PO는 강력한 불펜진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조상우 오주원 양 현 윤영삼 김동준 이영준 김성민 등 7명의 불펜투수들이 준PO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PO에서도 특별히 난조를 보인 투수가 없었다. 조상우는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5⅔이닝 1안타 무실점, 오주원은 5경기에서 5⅔이닝 3안타 1실점(비자책)을 올리며 주축 구원 역할을 해냈다. 기대치가 크지 않았던 양 현과 이영준도 각각 4경기에서 한 점도 내주지 않는 피칭으로 활력소가 됐다. 키움은 LG, SK에 비해 선발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강력한 불펜진이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에 선발 전력은 뒤질 지 몰라도 불펜진 운영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다.
공격력도 걱정할 게 없다. SK를 3연승으로 누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은 상하위 타선 구분이 없는 폭발적인 화력. PO MVP에 오른 이정후를 비롯해 서건창 이지영이 절정의 타격감을 유지중이고, 김하성과 박병호, 제리 샌즈도 살아난 모습이다. 김규민 김웅빈 송성문 등 하위타선도 PO에서 필요할 때 한 방씩 날렸다.
무엇보다 상승세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장 감독의 선수들에 대한 믿음 또한 큰 힘이다. 장 감독은 "선수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다. 하지만 경기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피로 때문에 못한다는 선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을 번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키움은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우승 다툼을 벌였던 팀이다. 두산과의 승차는 불과 2경기였고, 상대 전적에서도 9승7패로 앞섰다. 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