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지영은 키움 히어로즈의 올해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돋보이는 선수 중 한명이다.
현재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키움은 선수 엔트리에 총 3명의 포수가 있다. 이지영과 박동원 그리고 주효상이다. 이중 박동원은 정규시즌 막바지에 통증을 느꼈던 무릎 상태가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수비보다는 대타로 주로 출전하고 있다. 또 주효상은 큰 무대 경험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거듭할 수록 이지영이 마스크를 쓰는 이닝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사실 이지영은 적어도 포스트시즌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시리즈만 4차례나 출전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던 시절 진갑용, 이정식 또는 이흥련과 함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15년에는 5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아쉽게 팀이 1승4패로 패하며 두산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 삼성은 '왕조'로 불릴만큼 리그 최강팀이었기 때문에 이지영 역시 값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그 경험들이 이번 가을에 발휘되고 있다. 일단 수비 안정감이 좋다. 키움은 지난 10일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 포수로 주효상을 기용했다. 그동안 최원태와의 배터리 호흡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초반 최원태가 연거푸 실점을 하자 주효상의 블로킹까지 흔들렸고, 키움 벤치는 2회말 수비 도중 포수를 이지영으로 교체했다.
보통 큰 경기에서 포수에게 타격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수비와 투수 리드에 대한 중압감이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지영은 타격에서도 그런대로 쏠쏠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꼬박꼬박 안타를 쳐내며 시리즈 타율 3할3푼3리(12타수 4안타)를 기록했고,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1,2차전 모두 안타를 터뜨렸다. 2차전에서는 서진용을 상대로 7-7을 만드는 동점 적시타까지 기록했다. 이런 페이스라면 키움은 남은 경기에서도 이지영을 주전으로, 박동원과 주효상을 대타 혹은 교체 카드로 쓸 확률이 높다. 특히 투수 리드과 상황 대처에 있어 많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FA(자유계약선수)로 시선이 쏠린다. 이지영은 이번 시즌이 끝나고 프로 입단 후 첫 FA 자격을 얻게 된다. 지금 키움과의 궁합도 좋지만, 잔류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내부 FA 투자보다 육성에 중점을 뒀던 팀이다.
하지만 최근 활약도와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FA 시장에서 나쁘지 않은 계약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올해 FA가 되는 포수는 이지영과 김태군 2명 뿐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