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국내 축구팬들이 생중계되지 않은 이번 평양 남북전을 두고 북한의 일처리 방식에 크게 실망했다. 주요 포털과 축구 게시판에는 북한의 상식 밖 경기 진행을 맹비난하는 글들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분노할만했다. 15일 오후 5시30분 시작된 남북 축구 선수들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0대0 무)은 남측에 라이브 중계되지 않았다. 김일성 경기장에는 일반 관중이 없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회장, 북한 주재 외국 외교관 등 일부 제한된 인사들만 경기를 봤다. 북한은 남측의 미디어와 응원단의 방북을 받아주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 내용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알 수가 없다. 경기 당시엔 아시아축구연맹의 협조를 얻어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매우 제한된 정보(선수 교체, 경고, 스코어 등)만 언론사에 공지했다.
최첨단 시대에 이 기막힌 '이상한' A매치를 연 북한에 대해 어떤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까. 우리 축구협회는 문제 제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어떤 방식으로 북측의 이번 경기 진행에 대해 문제 제기를 진행할 지 내부 검토를 하기로 했다. KFA는 "일단 선수단이 귀국해 북한 현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입장을 정리하겠다"면서 "관련 규정을 면밀히 검토한 후 문제 제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KFA가 북한에 대해 항의하거나 문제 제기 더 나아가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먼저 '무 관중' '무 중계'는 북한축구협회가 자신들의 마케팅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경기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으로 마케팅 권한이 홈팀 축구협회가 갖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가 심판진 등을 배정하고, 경기 감독을 파견해 경기 진행 상황을 체크했다. 그렇지만 관중의 유무, 중계 영상 판매 여부 등은 AFC의 권한 밖이다. 무 관중에 대해 북한축구협회가 AFC에 사전 조율한 것도 아니었다. 북한축구협회의 결정에 아쉬움을 전할 수는 있지만 '무 관중' '무 중계'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문제를 제기할 관련 규정이 마땅치 않다.
남측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 불허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남측 취재진의 방북은 제한된 인원(18명)으로 추진돼 가다 막판에 북한 정부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북한축구협회는 AFC와의 미팅에서 남측 취재진 18명의 방북을 받아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막판에 방북을 불허했다. 우리 응원단의 방북은 한국 정부가 북한 정부에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정팀 미디어와 응원단에 대한 FIFA 규정이 명확하게 없다. AFC 경기 매뉴얼에는 이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기 매뉴얼 대로 원정팀에 협조를 잘 안 했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한축구협회는 AFC와 협의까지 했다. 북한 정부에 대해 유감을 표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실망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