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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분석]좁아진 '원로 감독' 자리…시대가 새 얼굴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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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제는 '파격'이 아니다. 새 감독을 선임하는 KBO리그 구단들이 속속 신선한 선택을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가 전력분석을 맡아 오랜 기간 프런트에서 근무한 허삼영 신임 감독을 선임한데 이어, KIA 타이거즈는 장고 끝에 15일 구단 역사상 최초 외국인 사령탑인 맷 윌리엄스 감독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순혈'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두 팀이 숱한 예상을 모두 뒤엎고, 새로운 도전을 택한 셈이다.

▶놀랍지 않은 파격, 달라진 분위기

파격적인 사령탑 선임은 이제 더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무명 선수 시절을 보낸 후 프런트와 현장 코치를 경험하고 감독이 된 염경엽 SK 감독이나, 코치 경험 없이 선수와 프런트 경험 후 감독이 된 장정석 키움 감독이 선례를 남겼고, 이동욱 NC 감독도 선수와 코치 시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깜짝' 선임된 사례다.

그동안은 프랜차이즈 혹은 유명 스타 출신 선수가 코치 업무를 거쳐 감독이 되는 과정이 '정석 코스'였다. 현재 LG 트윈스를 이끄는 류중일 감독이나 KT 위즈 이강철 감독,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 등이 이런 케이스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젊고 새로운 인물, 유명하지 않더라도 구단의 색깔과 일치하는 감독을 원한다. 신임 감독 발표를 아직 하지 않은 롯데 자이언츠 또한 이런 기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좁아진 원로들의 자리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감독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은 거기서 거기였다. 구단이 다르고, 선수단 구성이 달라도 늘 기본적으로 언급되는 베테랑 감독들이 있었다. 과거에 감독 경험이 있거나, 현재 코치,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 중인 유명 선수 출신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은 지금도 팬들이 원하는 후보로 언급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먼저 적극적으로 현장 복귀 의지를 피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베테랑 감독들, 야구계 원로들이 감독으로 복귀하는 길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분위기 자체가 그렇다. 10개 구단 감독들의 평균 연령은 갈 수록 어려지는 추세다. 아직 롯데 감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역 감독 가운데 최고령자가 63년생인 류중일 감독(56)이다. 감독 경력이 5년 이상되는 경우도 류중일, 염경엽, 김태형 감독 뿐이다. 이제는 40대 후반~50대 초반 젊은 감독들이 주류에 서 있다.

▶변화의 이유

키움의 성공 사례가 이런 유행을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키움은 염경엽-장정석 감독을 연달아 발탁하며, 계약 당시 대단한 파격을 일으켰다. 주류 사회에 등장한 비주류의 반란과도 같았다. 그리고 키움이 자생 야구단이라는 재정적 한계 속에서도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해내며 꾸준한 성적을 내자, 다른 구단들도 현장 리더에 대한 개념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또 현대야구의 흐름 자체가 변화했다. 이제는 최첨단 분석을 동원한 '데이터야구'가 대세다. 단순한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미래 경우의 수까지 내다보는 현미경야구를 펼쳐야 살아남는 시대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구단이 카리스마형 리더보다는 젊고 스마트한 지략가를 감독으로 원하는 추세다. 또 선수단도 세대 교체가 되면서, 이제는 고압적인 감독보다 소통형 감독이 선호된다. 물론 모든 구단이 이런 흐름에 100%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사실만큼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비 코치 출신, 프런트 출신, 외국인 등. 이미 시대는 달라졌다. 이런 흐름이라면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비 선수 출신 감독'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도와 변화는 반갑지만, 이제 이런 트렌드가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봐야 평가할 수 있다. 혁신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고, 팀 체질 개선을 이유로 자칫 무리한 선택을 하면 '무늬만 파격'이 될 수도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