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광성(유벤투스)이 눈에 띄더라고요."
'부주장' 김영권(감바 오사카)의 말이었다. 김영권은 13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한의 공격수들이 대부분 빠르고 역습에 강하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어 "선수로는 한광성이 눈에 띄었다. 빠르고 드리블도 탁월하다. 개인적으로 잘 준비해서 막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요주의 인물로 '한광성'을 콕 집었다.
예상대로다. 한광성은 자타공인 북한의 에이스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등에서 에이스로 뛰며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2014년 U-16 한국과의 결승전 때는 0-1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동점골을 넣어 북한의 역전승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광성의 소속팀은 이탈리아 최고의 명문인 유벤투스다. 한광성은 지난달 유벤투스와 4년 계약을 했다. 이적료도 꽤 크다. 500만유로, 약 66억원에 달한다. 한광성은 북한축구가 미래를 걸고 육성한 특급 유망주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국제 무대 진입을 노린 북한축구는 유망주들을 대거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유학을 보냈다. 그 중 가장 성공한 선수가 바로 한광성이다. 2015년 테스트를 통해 칼리아리에 입단한 한광성은 2017년 3월 세리에A 칼리아리와 정식계약을 했다. 그는 2017년 4월 9일 10일 토리노전에서 북한선수로는 세리에A 첫 골을 넣으며 '북한의 호날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후 더 많은 경기 출전을 위해 2017년 8월 세리에 B(2부) 페루자로 임대됐다. 예전 안정환이 뛰었던 페루자에서 11골을 기록했다. 한광성은 지금까지 이탈리아 프로축구에서 총 55경기에 출전, 12골을 터트렸다. 유럽 유수의 클럽들이 한광성에 관심을 보인 가운데 결국 한광성은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었다. 한광성은 1군 계약을 했지만 스타들이 즐비한 1군 벽에 막혀 23세 이하, 즉 B팀에서 훈련 중이다.
경기 역시 B팀에 속한 세리에C 지로네A 그룹에서 뛰고 있다. 한광성은 9월 15일 프로 파트리아전 교체출전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경기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UC 알비오레페전에서는 처음으로 선발로 출전했다. 하지만 아직 공격포인트는 없다. 한광성은 4-3-3 포메이션에서 주로 왼쪽에서 뛰고 있다. '북한의 호날두'라는 별명답게 호날두처럼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득점을 노리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득점력 자체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대표팀으로 2017년 6월 카타르전에서 데뷔한 이래 아직까지 A매치 득점을 신고하지 못했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선수들이 있을 경우 속도를 살릴 수 있지만, 전력이 약한 북한 대표팀에서는 이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유벤투스가 데려간 선수라는 점에서 이름값은 높지만, 정작 아직까지 국제 무대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지난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에서도 사우디전에서 쓸데없는 퇴장을 당하는 등 경험 부족을 여실히 노출한 바 있다. 김영권 김민재(베이징 궈안)라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수비수를 보유한 벤투호 입장에서는 집중력만 잃지 않는다면 무난히 막아낼 수 있는 선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