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벤투호의 역사적인 평양 원정 경기를 녹화 중계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5일 "경기 영상 DVD를 우리 측 대표단 출발 전에 주겠다는 약속을 (북한으로부터) 확보받았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 30분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른다. 한국 남자축구가 평양 원정에 나서는 건 1990년 10월 11일 남북 통일축구 1차전 이후 29년 만이다.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북한의 비협조 속 변수 투성이였다. 방북 규모부터 일정까지 모든 것이 경기 3~4일전에야 결정이 됐다. 무엇보다 기자단, 응원단 방북이 불허된 것은 물론, 경기 중계 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13일 출국한 벤투호는 중국 베이징에서 1박하며 북한 입국 비자를 받고 14일 결전지인 평양에 입성했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보내준 정보 외에는 이렇다할 소식을 얻지 못했다. 그야말로 깜깜이 원정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평양 원정 경기를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영상이) 곧바로 방송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기술체크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은) 제법 지나지만 국민들이 영상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전체 영상이 제공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 대표팀은 15일 경기를 마친 뒤 16일 오후 5시 20분께 평양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한 뒤 17일 새벽 0시 45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표단이 갖고 들어올 DVD 영상도 이때쯤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일성경기장 내 기자센터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경기장 현지에서 남측으로 연락할 수단도 확보하게 됐다. 평양에 동행한 대한축구협회 직원 2명이 AD카드(등록인증카드)를 받아 경기장 기자센터에서 경기 소식을 남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평양에서 메신저는 잘 작동이 되지 않아 주로 이메일을 통해 서울·평양간 연락을 하는 상황이다. 전화통화의 경우 남측에서 북측에 발신할 수는 없고, 북측에서만 제3국을 경유한 국제전화를 사용해 전화를 걸어올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경기 진행상황 속보를 전하는 것은 전화보다는 인터넷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방법을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실시간으로 경기 진행상황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걸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중 사진을 인터넷으로 남측에 전송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영상의 경우 북측의 협조가 필요한만큼, 직접 전송은 어려워 보인다.
한편,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전세기로 평양을 방문해 남북 대표팀의 이번 경기를 참관할 예정이다. FIFA는 오는 2023년 여자 월드컵의 남북한 공동 유치를 제안한 상태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런 연장선상에서 (인판티노 회장이) 남북한 경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