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5시간 가까이 달린 혈투, 승자는 키움 히어로즈였다.
지난해 SK 와이번스에게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끝내기 홈런포를 맞고 주저 앉았던 키움은 1년 만에 다시 선 플레이오프 첫판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승리를 안으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지난해 끝내기 패배의 아픔을 설욕함과 동시에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78.6%도 거머쥐었다. 지난해 못지 않게 뜨거웠던 두 팀 간의 1차전 승부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주루미스
1차전의 부담감 탓인지 양팀은 정규시즌 중 보기 드문 주루미스를 연발했다. 1회초 키움 이정후가 1사 1루에서 우중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SK 중견수 김강민이 3루를 향해 공을 뿌리는 것을 본 이정후는 1루 베이스를 찍은 뒤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SK 유격수 김성현이 공을 커트해 1루로 뿌렸고, 이정후는 1루로 급히 손을 내밀었지만, 제이미 로맥의 태그를 피하지 못했다.
SK는 5, 6회 역시 아쉬운 주루 플레이로 찬스를 날렸다. 5회말 1사후 볼넷을 골라 출루했던 최 항이 김성현 타석에서 단독 도루를 시도했지만, 횡사했다. 포구 미스 장면을 보고 감행한 시도했지만, 이어진 김성현의 좌전 안타를 감안하면 뼈아플 수밖에 없는 도루자였다. 6회말엔 선두 타자 김강민이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으나, 브리검의 견제구에 걸려 아웃 당해 SK 벤치의 탄식을 자아냈다.
#거포침묵
양팀의 맞대결은 정규시즌 홈런 부문 1~4위에 포진한 박병호(33홈런), 제리 샌즈(28홈런·이상 키움), 최 정(29홈런), 로맥(29홈런·이상 SK) 등 거포들의 자존심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약속이라도 한 듯 두 팀의 중심타자 모두 침묵하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로맥과 박병호는 나란히 찬스에서 방망이가 헛돌았다. 로맥은 6회말 2사 만루에서 키움 조상우와 승부에 나섰지만, 우익수 뜬공에 그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박병호는 9회초 2사 1, 2루에서 SK 하재훈과 상대했으나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홈런왕의 자존심을 구겼다. 최 정은 볼넷 1개를 골라내는데 그쳤다. 연장 11회초 1타점을 기록한 샌즈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비디오혈투
치열했던 승부만큼 양팀이 신청한 비디오판독 요청마다 손에 땀을 쥐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5회말 1사 1루에서 최 항이 브리검에게 견제사를 당하는 장면에서 SK의 비디오판독 요청이 실패하면서 키움이 웃는 듯 했다. 그러나 SK는 6회초 1사후 3루수 땅볼을 친 뒤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은 박병호를 두고 또다시 비디오판독 요청 카드를 던졌고, 판정 번복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키움은 6회말 무사 1루에서 브리검의 견제 시도가 세이프 판정이 나오자 비디오판독 요청 카드를 꺼내들었고, 결국 1루 주자 김강민의 아웃 판정을 이끌어내면서 자칫 넘어갈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다잡았다. 8회초 2사 1, 2루에선 포일 상황에서 3루로 달린 이지영이 아웃 판정을 받자 마지막 비디오판독 요청을 시도, 세이프 판정을 이끌어내면서 SK를 압박했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