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준비 기간 3주가 정말 긴 것 같았는데, 벌써 일주일 남짓 남았네요"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고뇌에 빠졌다. 지난 1일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현재 잠실구장에서 단체 훈련을 하며 한국시리즈 대비 중이다. 교육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일부 선수들을 제외한, 정규 시즌에 1군에서 뛰었던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에 맞춰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
전력 구상은 거의 마쳤다. 올해는 다행히 특별한 변수가 없다. 정규 시즌에서 1군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이 거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될 예정이다. 내야와 외야 백업 선수 1명씩 정도만 상대팀이 결정되는대로 확정이 된다. 현재까지는 부상 선수도 없다. 시즌 막판 무릎 통증을 호소해 엔트리에서 빠졌던 주장 오재원도 정상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승선에도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투수들은 휴식을 취하며 어깨 상태를 시즌 초반으로 되돌리고 있지만, 타자들의 경기 감각은 걱정이 된다. 두산은 상무 야구단과의 2차례 연습 경기를 통해 감각 점검에 나선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분위기다. 상대와의 기 싸움에서 먼저 우위를 점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 두산은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올라있다. 키움 히어로즈가 올라온다면 한국시리즈 경험면에서 앞선다. 또 SK 와이번스가 올라온다고 하면 정규시즌 막판에 1,2위가 뒤집힌 기억 덕분에 되려 자신감이 커질 수 있다.
또 김 감독이 가장 반기는 부분이 바로 핵심 타자 김재환의 타격 컨디션 상승이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도중 김재환이 옆구리 부상을 입어 잔여 경기를 출전하지 못하면서 전력 손실을 입었었다. 올해 정규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타격 페이스를 보였던 김재환이지만, 최근 팀내 컨디션이 가장 좋다. 남아있던 옆구리 통증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완전히 떨쳐낸 모습이다. 감독 역시 "올해 처음으로 저렇게 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가장 좋았을 때처럼 공을 딱 받쳐놓고 휘두른다"며 반색했다. 김재환은 라이브 배팅에서 잠실구장 담장을 넘길 정도로 타격감이 올라온 상태다. 중심 타자의 '한 방'이 중요한 큰 경기에서는 김재환의 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1주일 후면 한국시리즈가 시작된다. 1차전은 22일 열린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김태형 감독은 "시간이 많은 것 같지만 훈련을 시작하면 금방 지나간다. 남은 시간 동안 선수들 컨디션 관리가 최우선"이라고 이야기했다. 올해로 5년 연속, 부임 이후 한번도 예외 없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수장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지난해 정규 시즌 우승 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했던 쓰린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우승은 하늘이 결정해준다. 특히 한국시리즈 같은 경우는 경기가 딱 시작하면 느낌이 온다. 작년에는 경기를 치르면서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더라"며 돌아봤다. 그래서 올해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 정상에 도전하는 마음가짐은 설레고, 떨리면서도 긴장될 수밖에 없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크게 상관 없다. 두산처럼 경험이 많은 팀은 얼마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자신들의 야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 직전 고개를 떨궜던 두산은 올해 어떤 결말을 맞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