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천우희(32)가 "'우상' 촬영 후 번아웃 증후군 느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고공 감성 영화 '버티고'(전계수 감독, 영화사도로시·로렐필름 제작)에서 비밀스러운 사내연애를 하며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는 계약직 서영을 연기한 천우희. 그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버티고'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아찔하게 높은 고층 빌딩이라는 장소와 그 안에서 위태롭게 하루하루 버티는 인물들, 그리고 유리창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또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담은 '버티고'. 지난 12일 폐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부산을 뜨겁게 달군 '버티고'는 도심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빌딩숲, 고층 빌딩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도 발생하는 극한 감정 속 버티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묵직한 울림과 위로를 전했다.
특히 '버티고'는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천우희의 압도적인 감성 연기로 시선을 끈다.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으로 완벽히 변신한 천우희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속 임진주와 또 다른 청춘의 자화상을 그려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 천우희로 시작해 천우희로 끝난, 그야말로 천우희를 위한 감성 멜로 '버티고'가 가을 극장가를 촉촉히 물들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조선을 만난 천우희는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이 작품은 특히 내가 감정선을 끌고 가야하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다. 내 연기만으로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끌고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일단 영화를 보고 스스로 만족 해서도 안 되는 것 같고 만족 할 수도 없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난 뒤 내 부족한 모습만 보이더라"고 자평했다.
그는 "올해 3월 개봉했던 '우상'(19, 이수진 감독)은 촬영 기간이 무려 7개월정도 됐다. 평소 나는 멘탈이 건강한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우상' 때는 캐릭터가 정말 센 역할이었다. '우상' 때 실제로 나를 걱정한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 배우치고 작품 속 캐릭터를 내 개인적인 삶에 잘 안 끌어들이는 편이다. 그럼에도 '우상'은 7개월간 가지고 있어서 실제 삶과 작품을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촬영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그 때 또 스스로 자격지심 같은 것도 느껴져 많이 힘들었다. 연기를 하면서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았고 계속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랐다"고 고백했다.
이어 "'우상'을 끝내고 나서 번아웃 증후군이 생겼다. 어떤 일에도 의욕을 갖기 쉽지 않더라. 연기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소속사에서도 이런 나를 걱정해 연기 외적인 것들로 환기를 시키라며 많은 부분을 제안했다. 유튜브나 애니메이션 더빙 등 여러가지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올해는 진짜 많이 극복했다. '우상' 개봉도 하고 '버티고'도 선보이게 됐고 최근 '멜로가 체질'로도 활동을 해서 그런 부분에서 힘을 받는 것 같다. 결국엔 '배우는 연기로 가장 위로 받고 치유 받는구나' 싶다"고 웃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여자가 창밖의 로프공과 마천루 꼭대기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다.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등이 가세했고 '러브픽션' '삼거리 극장'의 전계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트리플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