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믿음의 야구'를 펼치는 지도자다.
부진한 선수가 있어도 뚝심을 가지고 밀어붙인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부터 '나믿O믿'(나는 믿을거야 OO 믿을거야)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다.
준플레이오프 믿음의 대상자는 마무리 고우석이다. 1,2차전 2차례의 방화에도 불구,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있다. 류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우석이가 실패를 두 차례 했다. 우석이는 LG에서 10년 이상 마무리를 책임져줘야 했다고 말했는데 많은 생각을 했다. 우석이 타석에 2사 만루였다. 첫째는 두 번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교체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를 지고 난 뒤에 든 생각은 앞으로 우석이가 우리나라 최고의 마무리로 크려면 박병호라는 큰 산과 대결을 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 것이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생기면 우석이를 또 쓸 것"이라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실제 이 말을 실천했다. 3차전 4-2로 앞선 9회초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고우석은 이번에도 불안했다. 선두 김하성을 9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대타 송성문을 초구에 사구로 내보낸 뒤 희생번트로 1사 2,3루. 고우석은 대타 박동원, 김혜성을 진땀 승부 끝에 뜬공 처리하고 승리를 지킨 뒤 포효했다. 베테랑 명장의 뚝심 있는 배려 속에 한국 프로야구의 10년 뒷문을 책임질 젊은 투수가 한 뼘 성장하는 순간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낸 탓인지 평소 같지 않게 크게 기뻐한 고우석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라면 나를 오늘 9회에 안 냈을 것 같다. 경기 전 감독님께서 인터뷰에서 좋은 얘기를 해주셔서 불안감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끝까지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류 감독은 경기 후 "(고우석 투입을) 고민하지 않았다"며 "오늘을 계기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의 믿음은 용도 폐기 직전이었던 페게로도 살려냈다. 2-2로 팽팽하던 5회말 2사 1루에서 이형종 타석 때 페게로를 대타로 냈다. 시즌 막판부터 무안타 행진을 이어오던 외국인타자. 류중일 감독은 수비가 좋은 김용의를 1루에 기용하고 김현수를 좌익수로 옮길 수 있었지만 페게로를 좌익수로 그대로 출전시켰다. 경기 후반 페게로의 한방을 믿었다. 페게로는 류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3-2로 앞선 8회말 키움 필승조 김상수의 변화구를 당겨 쐐기 홈런을 터뜨렸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컸던지 페게로의 세리머니는 유독 신바람이 나보였다.
류중일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3차전부터 빛을 보고 있다. 과연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