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전영지 기자]'탁구 명장' 강문수 감독(67)이 이끄는 대한항공 여자탁구단이 전국체전 단체전 2연패를 달성했다.
제주 대표로 나선 대한항공은 9일 서울 서초종합체육관에서 펼쳐진 제100회 서울체육대회 탁구 여자일반부 단체전에서 전통의 강호 삼성생명(대구)에 3대1로 승리하며 지난해에 이어 2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양팀의 국가대표 에이스(삼성생명 최효주, 이시온, 대한항공 이은혜)들이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일정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한 상황,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의 끈질긴 분투가 빛났다. 4강에서 미래에셋대우를 3대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삼성생명과의 결승전, 제1단식에 나선 강다연이 박세리를 3-1(11-9, 11-3, 6-11, 11-9)로, 제2단식 귀화 에이스 김하영이 위예지를 3-0(12-10, 12-10, 11-8)으로 꺾었다. 제3복식에서 김하영-지은채조가 박세리-위예지조에게 0-3(9-11, 6-11, 8-11)으로 패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마지막 4단식에서 지은채가 김유진을 3-0(11-5, 12-10, 11-9)으로 완파하며 2연패를 완성했다. 열정의 '강문수 리더십'이 통했다. '백전노장' 강 감독은 지난 6월,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지휘봉을 잡은 지 4개월만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명가재건'을 알렸다.
강문수 감독은 1980년대 한국 탁구의 전성기를 이끈 레전드 지도자다. 1980년, 28세에 삼성생명의 전신인 제일합섬 남자탁구단 코치를 시작으로 삼성생명을 국내 최강 실업팀으로 키웠고, 2016년 리우올림픽 총감독까지 무려 36년을 지도자로 일했다. 남자대표팀 코치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금메달,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단식 금, 은메달을 일궜고, 삼성생명 감독으로서 아테네올림픽 챔피언 유승민, 파리세계선수권 준우승 '깎신' 주세혁 등 걸출한 제자들을 길러냈다.
지고는 못사는 강 감독은 총감독으로 나선 리우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후 우울증이 올 만큼 상심했다. 이후 유소년 대표팀 총감독으로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는데 집중했던 강 감독은 3년만에 돌아온 여자탁구 현장에서 예의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첫 대회 실업리그에서 3위, 두 번째 대회 대통령기에서 2위를 하더니 세 번째 대회 전국체전에서 기어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강 감독은 "(이)은혜도 없는데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잘해준 덕분에 4개월만의 우승이 가능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우승 일등공신을 묻는 질문에 "단 1패도 하지 않은 강다연"을 칭찬했다.
강 감독은 "대한항공이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한항공을 맡기가 더 어려웠다"면서 "내가 맡은 이상 여자탁구를 한단계 올려놔야 한다. 한평생 쌓아올린 공든 탑을 완성시키고, 한국 여자탁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앞으로 한국 여자탁구를 빛낼 선수 한 번 키워보겠다"는 당당한 포부도 밝혔다.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는 '백전노장' 강 감독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승부사' 강 감독님이 오신 후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훈련과 경기에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훈련 전후로 각 10분씩 직접 볼박스를 해주신다. 체전 현장에서도 포인트가 날 때마다 우리보다 더 높이 점프하시며 기뻐하시더라. 탁구를 향한 열정, 변함없는 승부욕을 보며 후배, 선수, 지도자들이 많이 배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