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투 스트라이크 이후 존에서 떨어지는 유인구 3개를 잇달아 참아낼 수 있는 타자는 없다.
LG 트윈스 투수 차우찬은 삼성 왕조 시절의 영광을 이었던 투수. 이전까지 포스트시즌 24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투수다. 차우찬이 절체절명의 순간, 눈부신 호투로 팀을 구했다.
차우찬의 진가는 6회에 나왔다.
5회까지 단 1안타 1볼넷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던 차우찬은 3-0으로 앞선 6회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연속 3안타로 1실점 한 뒤 이어진 1사 2,3루. 타석에 박병호가 섰다.
이전 두 타석에 모두 땅에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 내며 우위를 점했던 차우찬으로선 진땀나는 진검 승부였다. 슬라이더 2개와 패스트볼에 파울볼. 0-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한 차우찬은 또 다시 '바로 그 공' 땅에 떨어지는 커브를 던지기 시작했다. 박병호도 세번 연속 당할 수 없었다. 노 스트라이드로 두번까지는 꾹 참아냈다. 볼카운트 2-2. 차우찬은 포기하지 않았다. 또 한번 꾹꾹 눌러 커브볼을 땅에 가깝게 떨어뜨렸다.
전날 끝내기 홈런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대한민국 홈런왕. 조금만 높게 형성돼 스트라이크 존에 실투가 되면 회전수가 많은 커브는 홈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큰 구종. 하지만 차우찬은 담대하게 자신의 볼 컨트롤을 믿었다. 팔스윙을 끝까지 가져가며 확실하게 공을 눌러 던졌다. 세번 연속 들어온 땅에 떨어지는 커브에 기어이 박병호의 배트가 나왔다. 헛스윙 삼진.
키움의 간판 박병호가 세 타석 연속 땅에 떨어지는 커브에 삼진을 당하는 순간, 양 팀 덕아웃에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이날 승부의 최대 승부처가 될 뻔 했던 장면.
하지만 박병호는 차우찬이 내려가자마자 김대현에게 화풀이를 했다. 1-4로 뒤딘 8회 1사 1루에 추격의 중월 투런홈런으로 1점 차 추격을 했다. 3연속 삼진 후 터진 극적인 홈런. 이 추격포 덕에 키움은 연장 10회 승부 끝에 5대4 짜릿한 역전승으로 2연승을 달렸다.
고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