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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BIFF] "궁극의 키스→천재 송강호"…'금자씨X박쥐' 박찬욱 감독의 찐사랑(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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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부산=조지영 기자]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는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인생작이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필름메이커 토크: 박찬욱과 대화'가 진행됐다. 이날 필름메이커 토크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00)를 비롯해 '복수는 나의 것'(02) '올드보이'(03) '친절한 금자씨'(05)로 이어지는 복수 3부작, '박쥐'(09),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13) 등으로 흥행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명감독이다. 금기와 파격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스토리텔링과 이미지, 또 캐릭터들의 변주와 기존 영화의 룰을 깨는 과감한 시도를 이어간 박찬욱 감독은 대표작인 '올드보이'를 다시 한번 선보이며 부산을 뜨겁게 달궜다. 영문도 모르고 15년간 감금됐다 풀려난 남자의 비밀을 그린 작품 '올드보이'는 올해 부산영화제가 한국영화 100년사(史)를 기념하여 한국영화 100년의 정전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을 선정한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초청돼 의미를 새겼다.

가장 먼저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를 곱씹으며 "'친절한 금자씨'는 전반부에는 금자씨(이영애)가 이끌어 가지만 후반부에 금자씨가 거의 조연이었다. 유가족들의 조율을 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방관자는 아니지만 일종의 구경꾼 위치로 스스로를 퇴각시킨다. 복수극의 주인공이 주체가 아닌 유가족들이 주체가 되는, 금자씨 외의 다른 사람들의 복수가 된다. 내가 만든 영화 중 구성이 잘 된 작품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친절한 금자씨' 중 스스로 재미있었던 부분이 있다. '친절한 금자씨' 각본을 쓸 때 최민식이 연기한 백 선생 대사 중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사모님'이라고 하는 게 있다. 회심의 대사였다. 나중에 개봉 후 생각을 해보니 명작 '뜨거운 것이 좋아'(61, 빌리 와일더 감독)의 대사더라. 무의식에서 온 오마주였다. 상당히 많은 것들이 내가 그동안 본, 읽은 것들이 남아 있다가 내 작품에 사용한 것 같다"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이어 "내가 영화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이 질감이다. 영화는 만질 수 없는 것이지만 만질 수 있는 듯한 느낌의 환영을 주의깊게 보여주려고 한다. 또 '친절한 금자씨'의 의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금자씨의 트렌치코트였다. 깃을 올렸을 때 금자씨의 눈만 보이는 옷을 원했다. 관찰자 금자씨라는 의미를 심어주고 싶었다"며 "또 질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머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오는 유머도 좋다. 유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내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관객이 장면을 보면서 웃고 난 뒤 후에 밀려오는 죄의식을 느끼는 반응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친절한 금자씨'에 이어 박찬욱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인 '박쥐'에 대해 "'박쥐'를 구상하고 촬영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내 작품 중 유일하게 오래 걸린 작품이다. 10년 전 처음 뱀파이어 이야기를 하겠다고 생각한 가장 첫 장면이 뱀파이어가 된 신부(송강호)가 태주(김옥빈)에게 자신의 피를 먹이고 그녀 역시 뱀파이어로 만들게 되는 장면이었다. 미친 광기의 사랑이 하나의 피로 합쳐진다는 궁극적인 단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야 말로 키스 중의 키스가 아닐까. 영화 역사상 최고의, 궁극의 키스가 아닐까 상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박쥐'는 내가 느낄 수 있는 가장 럭셔리한 촬영이었다. 주 52시간 근무 기준을 따졌을 때 약 100회 이상 촬영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테이크마다 촬영한 뒤 배우, 스태프와 장면에 대해 수정하면서 찍었다. 사치를 부리며 촬영한 작품이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낀 작품이다"고 고백했다.

특히 '박쥐'에서 신부 상현을 연기한 송강호를 떠올리며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천재적인 표현력을 가진 배우다. 때로는 아주 비천한 인물처럼 보였다가 또 어떤 때는 고귀한 인물로 순간 순간 돌변한다. 나는 늘 배우에게 '복합적인 캐릭터나 모순적인 것을 연기하고 싶으면 동시에 그 감정을 품지 말라'고 말한다. 모든 걸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이랬다, 저랬다 재빠르게 바꿀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송강호는 그런 지점에서 능력이 출중한 배우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의 송강호와 '친절한 금자씨'의 최민식을 두고 "송강호는 논리적이고 냉철한 면이 있다. 그런 순간의 송강호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분명 있었고 최민식은 물론 지적인 사람이지만 엄청나게 다정한 사람이고 격한 사람이다. 불같이 뜨거운 사람이다.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격렬하다. '올드보이'는 '복수는 나의 것'과 반대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복수는 나의 것'이 흥행이 안 된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올드보이'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최민식이 적역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흥행 성공과 실패가 차기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찬욱 감독은 "바로 전작의 흥행 성적이 어떻냐에 따라 다음 영화의 파워가 달라진다. 모두가 겪는 일이다. 어차피 겪어야할 일이라면 현명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늘 함께하는 PD와 스튜디오 사람들에게 '당신의 제안이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최선을 다해, 성의있게 검토하겠다. 하지만 도저히 타협이 되지 않는 순간, 마지막 순간 내 의견을 따라달라'며 미리 약속한다"며 "또 감독의 마음가짐이 내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적으로 간주해버리면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감독은 늘 함께하는 사람들을 친구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힘있고 고집이 센 감독이라도 어려움을 맞는다.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분명 정답을 찾을 수 있다. 항상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럼에도 싸우게 되는 경우가 있고 떠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재치있게 조언했다.

한편, 올해 부산영화제는 지난 3일 개막해 오는 12일까지 10일간 부산 일대에서 성대하게 개최된다. 6개 극장 37개 스크린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초청작 299편(85개국),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45편(장·단편 합산 월드프리미어 11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리사 타케바 감독)이, 폐막작은 한국 영화 '윤희에게'(임대형 감독)가 선정됐다.

부산=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