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모두가 '상대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해 속이 상했었다."
승장 전창진 전주 KCC 감독의 말이다.
KCC는 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서울 SK와의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99대96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전 감독은 부산 KT 사령탑 시절이던 지난 2015년 3월1일 KCC전 이후 무려 1679일 만에 KBL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뒤 전 감독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모두가 '상대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속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주 내려오기 전에 선수들이 많이 올라와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다만 이 어린 선수들이 훈련 때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말끔히 씻어냈다. 선수들이 다 뛰어야 한다. 신장이 작기에 한 발 더 뛰는 농구를 할 수밖에 없다. 전원이 다 뛰어야 한다. 그런 것으로 봤을 때 높은 팀을 만났음에도 잘 극복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1쿼터 초반에 많이 밀렸다. 큰일 났다는 생각보다는 초반에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전 타임을 불러서 '적극적으로 하라'고 말했다. 결국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개막전을 치르다보니 그런 것 같다. 숨고르기 후 쫓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전 감독 말대로였다. 김국찬 유현준 등 어린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쳤다. 전 감독은 "훈련 밖에 없다. 수비 못하던 유현준이 수비를 해야 하고, 김국찬은 골을 많이 넣어야 했다. 선수들이 훈련을 열심히 한 결과다. 앞으로 KCC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선수들이다. 더 좋아질 수 있다. 기대를 많이 한다.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게 잘 훈련 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뚜렷하게 베스트 선수가 없다. 이정현과 송교창을 30분 이상 뛰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훈련을 열심히 하면 언제든 코트에서 마음껏 뛸 수 있다. 다들 열심히 한다.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다. 팀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고 더했다.
특별한 경기였다. 전 감독은 무려 1675일 만에 KBL 코트로 돌아왔다. 그는 부산 KT 사령탑 시절이던 지난 2015년 3월 3일 울산 현대모비스전 이후 처음으로 KBL 지휘를 맡았다. 리허설은 있었다. 전 감독은 지난달 마카오에서 펼쳐진 터리픽12에서 KCC를 지휘했다. 당시 1승1패를 기록했다.
이제는 실전 무대였다. 전 감독은 "잠을 많이 설쳤다. 푹 잤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나보니 오전 5시였다. 승리해서 다행이다. 이동하면 그때 피곤할 것 같다. 나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왔다. 당황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타이밍마다 잘 얘기해줬다.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했었다"며 허허 웃었다.
한편, KCC는 6일 원주 DB와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전 감독은 "오직 KCC가 잘 되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원주에 가서 경기를 하지만, 당장은 경기를 걱정하는 게 맞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