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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백지영 "우여곡절 많은 데뷔 20주년, 최애곡은 '사랑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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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발라드의 여왕' 백지영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사실 가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수월한 편이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들을 통해 오디션에 합격하고 곧바로 데뷔 고속도로를 탔다. 데뷔 후에도 승승장구 했다. 1999년 1집 '서로우(Sorrow)'로 데뷔, '대쉬' '새드살사' 등을 히트시키며 큰 인기를 누렸다.

"공부와 담을 쌓은 나를 부모님이 대학에 보내려고 공무원 박봉에 악기를 배우게 하셨다. '미션'이란 영화를 봤는데 오보에가 너무 좋아서 오보에를 하려 했다. 그런데 생긴 게 비슷해서 클라리넷을 하게 됐다. 나는 절대음감이라 음을 잘 잡는데 클라리넷이 비 플랫 악기이다 보니 악보 음과 귀에 들리는 음이 달라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그러다 백제예술대 방송연예과에 들어갔다. 뭘 해야 할지 고민은 했지만 꿈이 없었다. 그런데 노래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처음 들었고 우연히 소개받은 작곡가를 통해 오디션을 보고 바로 통과가 됐다. 1년 간 연습을 하며 바로 앨범을 준비해 데뷔하게 됐다. 때를 너무 잘 탔다. 요즘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생각해보면 기회가 왔을 때 알아보고 잡는 게 좋은 기회가 아닐 수도 있는 거고 어떻게든 임해보는 자세는 중요한 것 같은데 혹시 실패한다고 해서 꼭 실패는 아닌 것 같고 잠깐 잘됐다고 해서 또 100% 잘된 게 아니고 그런 일들이 너무 많다. 꿈이라는 큰 목적을 두고 그걸 찾기 위해 하는 것보다는 여러가지를 해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천직을 찾았다. 그런 건 아마 뜻하지 않게 여러가지를 경험하다 보면 오는 것 같다."

하지만 백지영의 인생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큰 아픔과 시련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힘들었던 그 시기조차 백지영은 자신을 성장하게 해준 자양분이 된 때라며 인생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매니저가 새로 설립한 회사로 터를 옮기며 '의리파'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데뷔 20년이 됐다. 사실 '사랑안해'가 안될 줄 알았는데 확 잘되고 나서 많은 회사에서 컨택이 왔다.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분별해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같은 경우엔 내가 의도치 않고 피할 수 없었던 고난의 공백기가 있었다. 그때 어느 정도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련의 고난이 됐던 일, 잘 됐던 일, 사람 만나는 타이밍이 모두 좋은 타이밍에 와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사랑 안해' 때 지금 소속사 대표를 만나 일하기 시작했다. 그전엔 너무 나한테 박수만 쳐주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시간을 겪고 만나게 되니 이 사람의 좋은 면을 볼 수 있게 되고 최 대표도 누나의 감정상태를 배려하며 일하게 됐다. 아무리 좋은 회사에서 좋은 조건을 걸어도 물거품 같은 거란 걸 이미 그 전에 알아버렸기 때문에 중요한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오래 된 것 같다. 의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사람들이랑 일하는 게 제일 편하고 좋았다."

일일이 열거하는 게 무의미 할 정도로 백지영은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한 가수다. 댄스든 발라드든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여성 솔로 가수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백지영이 유일할 터다. 그 수많은 히트곡 속에서도 그의 '최애곡'은 바로 '사랑안해'와 '잊지 말아요'다.

"애정곡은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부동은 '사랑안해'와 '잊지말아요'다. '사랑안해'는 첫 아이같은 느낌이다. '잊지말아요'는 공연하면 항상 엔딩곡으로 한다. 내가 가수생활을 했던 감동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나한테 되게 큰 생각을 주는 노래다. 관객들도 사랑을 담아 불러주신다. 그걸로 하나되는 느낌이 든다."

데뷔 20주년을 되돌아보며 백지영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순간 또한 '사랑 안해'로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다.

"'사랑안해'로 1위를 했을 때 소감을 밝혔는데 주변이 부산스러웠다. 방송으로 1위 소감 멘트가 명확하게 나가지는 않은 상태에 인사를 하고 대기실에 갔다. 플라이투더스카이 브라이언과 환희가 엄청 축하해줬다. 진심이 너무 느껴졌다. 그때가 나한테 감동적이고 기쁘고 그런 것보다도 감사하고 뿌듯한 한 순간이었다."

이제는 백지영도 '전설'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를 따르는 후배들도 늘어났다.

"나하고 사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데도 연락처를 물어봐서 전화하는 친구들도 있고 나도 응원하고 싶으면 매니저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한 적도 있다. 친구들은 나한테 고민상담을 우너할 때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회사하고의 문제를 상담하기도 하고 인터넷 댓글로 상처를 많이 받다 보니 이 언니는 그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보다. 그렇게 자기 마음을 털어놓는다. 나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건 없지만 그 친구들보다 오래 활동해왔고 홀로서기를 오래 해왔다 보니 내 말을 좀더 무게있게 받아들여주는 것 같다. 나는 가끔 이런 조언을 바라는 친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노래를 부른다고 하는 이유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다. 부른다는 건 대상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다. 사실 자기만족으로 부르는 노래는 개인적으로 가는 길이 다르다. 노래를 불러 드린다는 느낌이 있다. 내가 불러드리면 불러 드리는 사람이 이 노래를 받아야 되는 거다. 얼마전 '그여자'라는 노래를 사연만 넣어서 멜로디 가사 안 바꾸고 어머니를 위해 불러드리겠다고 했더니 어머니 노래가 됐다. 관객분들중 모녀관객이 꽤 있다. 감동하셔서 같이 눈물바다가 됐다. 그럴 때 내가 노래를 불렀다는 걸 많이 느낀다. 그럴 때가 제일 소름돋을 정도로 뿌듯한 순간이다."

여성 솔로 가수로 20주년을 맞았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한 모습이다.

"노래에 임하는 자세는 성실해지고 싶은데 좋아지고 나아진 건 대중분들이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 20년간 했는데 하나도 안 늘었다면 헛 짓 한 게 아닌가. 앨범 녹음을 하며 느낀 건 노래를 이해한 거에서 한단계 더 들어간 느낌이 조금 들었다. 나는 내 경험에 비춰 감정을 꺼내오지 않고 작곡가분들과 얘기하고 가사에 등장하는, 멜로디가 주려고 하는 분위기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그게 좀더 색이 더 진하게 왔다. 옛날에는 스토리만 왔다면 지금은 공간감이나 색감도 떠오르고 이미지가 상당히 명확해졌다."

지금은 '발라드의 여왕'으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만 사실 백지영은 댄스가수로서도 성공한 케이스다. 데뷔 초 발표한 댄스곡들은 물론 2PM 옥택연과 함께한 '내 귀에 캔디'까지 댄스곡을 100% 히트시켰다. 댄스에 대한 열망은 없을까.

"발라드를 고집하는 쪽은 아니다. 사실 댄스를 받고 싶어서 의뢰를 해도 곡을 잘 안주신다. 곡을 받아도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소화가 안되겠더라. 나도 약간 빠른 템포곡에 대한 갈증이 있다. 공연하면 댄스를 많이 한다. '내 귀에 캔디' 받았을 때도 (방)시혁이 오빠가 그 곡을 줬을 때 느낌이 딱 왔다. 그런 곡이 아직 없더라."

백지영은 11월 23일부터 전국투어 '백 스테이지(BAEK Stage)'를 개최한다.

"콘서트 한다고 할 땐 설레고 연습할 땐 왜 했나 싶고 무대에 막상 오르면 이래서 하는구나 싶다. 준비할 때는 나이가 있다 보니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올해는 좀 줄였다. 하루에 두번 쇼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컨디션 조절하는 게 좀 예민하다. 준비기간에는 예민한 편이라 힘들긴 하다. 막상 공연을 하면 나는 불특정 다수를 만나지만 그분들은 나를 만나는 거다. 공연만큼은 나를 위해 발걸음 해주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나한테 주시는 긍정적인 영향과 기운이 완전히 다르다. 막상 공연에 들어가면 너무 힐링이 되고 많은 위로를 받는 쪽이다. 공연은 사실 매년하고 싶다. 올해부터는 운동도 열심히 해서 체력적으로 괜찮은데 1년 1년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백지영은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20년도 나쁘지 않았다. 스토리도 많고 노래도 많이 불렀고. 앞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데뷔했을 때 얼마간은 너무 기계처럼 일했다. 머릿속에 생각이 들어갈 여유가 없이 부르라면 부르고 차에 타면 자기 바쁘고 그런 데뷔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앞으로의 20년은 그렇지 않은 후배 보컬리스트를 양성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 공연이 연말에 3대가 와서 같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